◇대격변/애덤 투즈 지음·조행복 옮김/748쪽·3만3000원·아카넷
제1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미국 우드로 윌슨 대통령(왼쪽 사진 오른쪽)과 그의 특사로 평화 조정을 한 에드워드 맨덜 하우스 대령. 오른쪽 사진은 1921년 영국 런던에서 벌어진 대규모 실업자 집회. 아카넷 제공
코로나19가 지나가도 정말 더 큰 위기가 찾아올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위기를 분석한 ‘붕괴’(2019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저자는 다시 한 번 역사에서 그 해답을 가늠해 보려고 한다. “거슬러 올라가 살피는 것이 어째서 할 만한 일인지를 명쾌히 보여준다”는 추천사처럼 지나간 위기를 통해 다가올 위기를 본다.
저자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부터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대공황이 끝나기까지의 ‘대격변’의 시기에 주목한다. 원서의 제목 ‘델루즈(The Deluge)’는 기독교 영어 성경의 노아의 ‘대홍수’를 말한다. “1915년 영국의 군수장관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는 대홍수에 빗대어 다가올 대격변을 예견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세계는 숨 가쁘게 요동쳤다”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서술하며 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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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이 1920년 강력한 디플레이션 정책을 펼치면서 상황은 묘해졌다. 유동성 축소로 경제활동이 침체되면 군비경쟁이 줄고, 정치가 아닌 시장원리에 집중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활력을 잃자 전후 복구에 나선 영국과 독일 국민은 혼란에 빠졌고 이후 대공황이 덮쳤다. 이것이 2차 대전의 도화선이 됐다고 저자는 본다. “미국 정부가 더 강경한 집단안보체제(국제연맹)를 거부했음을 생각하면 시장을 기반으로 굳건히 뿌리내린 자유주의가 제국주의의 재발을 막아 줄 유일하게 의미 있는 지킴이”였는데 그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는 바이마르공화국의 독일, 다이쇼민주주의의 일본, 이탈리아에 나치즘, 군국주의, 파시즘의 싹을 틔우는 단초가 됐다. “민주주의 국가들의 실패는 1930년대 초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회의 창을 열어놓았다. 악몽 같은 세력이 그 창문을 깨뜨렸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저자는 “엄청난 혼란 속에서 국가들은 단숨에 몇 세대를 전진하거나 후퇴할 것”이라는 로이드 조지의 말을 인용해 현실을 은유한다. 코로나19의 혼란 이후 인류는 전진할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질서와 평화를 세울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저자의 충고가 따갑게 들려온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