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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혼수상태 아내 호흡기 뗀 남성 오늘 항소심 첫 공판

입력 | 2020-11-25 10:39:00

© News1 DB


 “미안하다. 아내, 미안. 형편이 어려워….”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50대)는 지난 9월10일 열린 1심 선고공판 최후진술에서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놓인 아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앞서 지난해 5월29일 오후.

A씨는 경북 김천의 한 노인전문병원에서 아내와 함께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던 중 빈 병실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진 아내를 발견했다.

A씨는 곧장 병원 중환자실로 이송해 응급치료를 받게 했으나 아내의 병명과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아내의 자발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자 A씨는 벤틸레이터(인공호흡장치) 설비가 있는 또다른 병원으로 아내를 옮겼다.

그러나 이 병원에서도 아내의 병명과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같은달 31일 A씨는 아들이 사는 천안의 모 병원 중환자실로 아내를 또 한번 이송했다.

그러나 아내는 여전히 인공호흡기에만 의지하고 있어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A씨는 판단했다.

결국 A씨는 소생가능성 희박, 의료비 부담 등을 이유로 아내가 의지하고 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아내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지 일주일째인 지난해 6월4일 오전 9시30분쯤 A씨는 아내의 기도에 삽입돼 있는 인공호흡기의 기도 내 삽관을 손으로 완전히 뽑아 제거했다.

30여분 뒤인 같은날 오전 10시쯤. A씨의 아내는 저산소증으로 결국 숨졌다.

법정에서는 혼수상태로 의식이 없고 스스로 호흡할 수 없는 상태였던 아내의 소생 가능성이 쟁점이 됐다.

1심에서 A씨는 “요양보호사로 2년간 일하면서 연명치료를 하는 환자를 많이 봤다. 그래서 환자 상태를 보면 살아날지 못 살아날지 안다”며 “아내를 검사한 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씨는 아내가 연명치료를 받은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범행을 저질렀다. 아내가 비교적 젊은 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주일은 포기하기 너무 이른 기간이다”며 “A씨는 병명도 원인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내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확정적으로 단정했다”며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에서는 A씨가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꼽은 ‘경제적 부담’ 등을 놓고도 공방이 오고갔다.

당시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배심원 9명 가운데 5명은 징역 5년, 3명은 징역 4년, 1명은 징역 3년의 집행유예 5년의 의견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이 판결에 불복한 A씨와 검찰 측은 지난해 9월15·16일 각각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의 항소심 첫 공판은 25일 오전 10시35분 춘천지법 103호 법정에서 열린다.


(춘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