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나 빌딩의 환기구는 건물 전체로 담배연기 등 온갖 유해물질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실험에 따르면 화장실에서 환풍기를 켜고 담배를 피우자 연기가 위층과 아래층 집으로 5분 안에 퍼졌다. 하지만 위층과 아래층 모두 환풍기를 가동한 경우에는 연기가 퍼지지 않았는데, 굴뚝효과로 인해 연기가 환기구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가 배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4시간 환풍기를 가동시키는 가구는 많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내 흡연으로 인한 갈등이 급증하고 있다. “아래층 화장실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 때문에 숨쉬기가 어렵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 토할 것 같다”는 등의 항의 메모가 엘리베이터에 붙은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실내 흡연 증가는 최근 날씨가 추워진 데다 비말이 섞인 담배연기를 통해서도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로 흡연자들이 여럿이 함께 담배를 피우는 외부 흡연 공간 이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광고 로드중
▷아파트 실내 흡연은 대형 화재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내 집에서 담배 한 대 피우는 사생활로 치부하기 힘들다. 공동주택 흡연을 금지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자는 의견이 국회에서 나온다고 하는데, 강제적인 법규범 이전에 이웃을 배려하는 최소한의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하지 않을까.
이태훈 논설위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