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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26일(현지 시간) 핵 활동을 의심받아온 미신고 핵시설 2곳에 대해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허용했다. 미국 등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른 것이다. 핵합의는 미국의 핵합의 탈퇴와 이란 측 반발로 인해 파행 수순으로 간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란이 결국 이를 존중키로 하면서 추후 협상 여지를 남기게 됐다.
이날 이란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은 자발적으로 IAEA가 지목한 두 장소에 대한 사찰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이번 성명 발표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24일 이란을 방문해 핵심 당국자들에게 핵사찰 허가를 요구하고, 이란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IAEA는 이란에 추가적인 질문이나 추가적인 장소 접근 요구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이번 사찰은 IAEA의 독립성과 공정성, 전문성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도 강조했다. 그동안 IAEA가 미국 등의 외부압력을 받고 있다는 이란 측 반발을 의식해 조사 기준과 범위를 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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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사찰 허가를 통해 2015년 미국과 독일 등 6개국과 체결한 이란 핵합의에 준수하고 있다는 뜻을 밝히게 됐다. 이란 핵합의는 이란 측이 핵개발이 의심되는 시설에 대해 IAEA 사찰을 받는 대신 경제·군사 부문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2018년 이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이란도 이에 반발해 IAEA 추가 사찰을 거부하면서 파행으로 가는 흐름이었다.
이번 사찰 허가는 미국은 핵합의에서 규정한 이란에 대한 제재 복원(스냅백)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란은 핵합의 준수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의 스냅백 요청을 국제사회가 수용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이란 측은 올해 11월로 예정돼 있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핵합의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