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고위 인사가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미주·유럽에 비해 적은 건 ‘민도’(民度), 즉 의식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발언의 주인공은 바로 ‘망언·실언 제조기’란 별명을 가진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다.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4일 열린 참의원(상원) 재정금융위원회 회의에 출석,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 소속 나카니시 겐지(中西健治)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아소 부총리는 이어 “그런데 요즘엔 그런 종류의 전화도 없어졌다”면서 “아무래도 (일본의 민도가 높다는 인식이) 정착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은 섬나라여서 (국민들의) 연대의식이 강하고, 정부의 요청에 국민이 잘 협조해 준다”며 “(일본에선) 폭동도 일어나지 않는 등 결과가 좋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소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일본 정치권과 언론들로부턴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지통신은 “아소 부총리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일본 정부의 외출자제 요청 등에 국민이 협력해줬다는 성과를 설명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는 식의 말투는 파문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TBS방송 또한 “아소 부총리의 발언은 일본에 비해 다른 나라의 국민성을 가볍게 보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렌호(蓮舫) 부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아소 부총리를 겨냥해 “국적을 불문하고 코로나19로 숨진 분들과 그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사망자 수 차이가) ‘민도’의 차이 때문이란 인식을 국회에서 드러냈다”며 “당신은 얼마나 잘났느냐”고 따져물었다.
렌 부대표는 아소 부총리의 해당 발언이 “일본 재무상의 발언으로 해외에 소개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국제 통계 웹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 9일 오전 9시 현재 일본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7명으로 아소 부총리의 말처럼 미국(333명)·영국(588명)·프랑스(445명)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적은 게 맞다.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진단검사자 수는 1만8996명으로 일본보다 많지만, 사망자 수는 100만명당 5명으로 더 적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