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 ‘99그램 에디션’ 인기… 책 분철해 각권 100g 안 넘게 제작 중요 대목만 담긴 발췌본도 눈길
99그램은 두꺼운 책을 분철해 각 권의 무게가 100g을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출판사나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이 아니라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 기획했다. 인터넷 쇼핑몰 소비자라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책을 상품의 바다에 빠뜨린 셈이다.
기획 의도는 ‘여성 핸드백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지하철에서 읽도록 하자’였다고 한다. 인문학 책의 분량에 주눅 든 독자를 겨냥했는데 에세이나 여행, 자녀교육 같은 분야로도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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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것은 올 3월 나온 3권짜리 ‘팩트풀니스’(김영사·사진)다. 김윤경 김영사 편집주간은 “처음 99그램을 제안받았을 때 거부감은 없었다”며 “물성(物性)에 집중해 표지 디자인을 바꾼 리커버가 소장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99그램은 어디서건 편하게 꺼내 읽을 수 있는 독자의 편의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신간보다는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를 대상으로 한정판(1000∼3000부)을 찍고 제작비가 단권 기준 1.5∼2배 더 들어 중소출판사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있다.
발췌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등 동서양 고전의 중요 대목을 그대로 따온 책으로 원전을 요약해 다시 쓴 축약본과는 다르다. 최근 출간된 ‘토인비의 전쟁과 운명’(까치)처럼 서구에서는 발췌본이 드물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출판사 ‘지식을 만드는 지식’(지만지)이 주도하고 있다.
지만지는 2018년부터 원전 분량의 10% 이내를 전문성 있는 필자가 발췌해 ‘원서 발췌’라는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그만큼 읽으려고 들면 숨부터 막히는 어려운 책들이 대상이다. 현재 20종을 내놨다. 최정엽 지만지 주간은 “고전 읽기는 ‘원전의 문장을 그대로 읽는다’는 의미도 있다”며 “발췌는 원전의 훼손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읽을 시간이 모자라는 독자들이 발췌본을 읽은 뒤 ‘완역본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발췌본만 읽고서 그 책을 다 읽었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