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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끝 해체’ 열린우리당 학습효과… 與지도부, 낮은 자세 강조

입력 | 2020-04-18 03:00:00

[與 총선압승 이후]180석 巨與, 협치내각 구상




민주-시민당 주요 당선자들 현충원 방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이해찬 대표(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주요 당선자들이 17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를!”이라고 적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의석 180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이 진보 진영의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인 열린우리당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연일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총선 압승을 거두고도 여야 협치를 무시하고 독주한 탓에 지지율이 폭락하고 결국 창당 후 4년 만에 해체해야 했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 이해찬 “우리는 (속이 훤히 보이는) 어항 속에 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17일 더불어시민당과의 공동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당선자들을 향해“정치를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내가 어항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누구든 지나가는 손님이 항상 보는 어항 속에 투명하게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공직자의 기본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먼저 살펴 일하고, 반드시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의 완전한 극복과 경제위기를 조기에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개헌만 빼고 다 할 수 있다’는 슈퍼 여당이 그간 야당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을 일방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에 대해 선을 긋고 당분간 코로나19 극복에 몰두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대표가 국가보안법 폐지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의식한 듯 더불어시민당 당선자들을 향해서는 “등원 전까지는 연합정당의 소속이므로 민주당과 다른 당선자의 입장을 고려해 말씀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시민당 우 대표의 국가보안법 폐지 언급에 대해 “지금은 비상 경제상황에서 국민들의 생업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총력을 모으는 게 우선이다. 그 문제는 나중 일이지 지금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낙연 전 총리도 “모든 강물이 바다에 모이는 것은 바다가 낮게 있기 때문”이라며 “조금이라도 오만, 미숙, 성급함, 혼란을 드러내면 안 된다. 항상 안정되고 신뢰감과 균형감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조기 퇴치, 조속한 경제 회복, 국정과제 추진, 우리의 태도 등 네 가지 책임을 강조하며 “오늘 아침에 발표된 고용지표는 어쩌면 깊은 고통의 서막일지 모르겠다”며 “코로나19 퇴치에 관한 한 저희 민주당은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열린우리당, 과반 의석 얻은 뒤 일방 독주하다 4년 뒤 해체

이같이 여당 지도부가 일제히 낮은 자세를 취한 것은 152석을 차지했던 17대 국회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게 여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이른바 ‘탄돌이’로 불렸던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 사립학교법 개정안, 언론개혁법안, 과거사 진상규명법안 등 이른바 4대 개혁 입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여야 갈등이 폭발했고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노무현 정부는 개혁 동력을 상실했다. 2003년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해체됐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금 당에 조국 수호대를 자처하는 사람도 있고, 윤석열 검찰총장까지 쳐내자는 그런 목소리가 있는데 21대 국회에서 더욱 커질까 봐 걱정”이라며 “중요한 건 경제문제다. 코로나 수습부터 해야 하고, 코로나 이후 경제 구조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180석이면 교섭단체를 9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인원인 만큼 구성원의 목소리가 다양해질 것”이라며 “그만큼 당이 한목소리를 내고 일사불란하게 이끄는 내치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제2의 열린우리당’이 돼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2년 대선 이기고, 2004년 총선 이겼다가 암흑기 10년을 맞았는데 이번도 똑같을 수 있다”며 “지금 청와대와 당에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가 많고, 다들 그때의 기억이 강렬하기 때문에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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