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힘든 치매 환자, 바이러스 확산 빨라 뒤늦게 통계처가 요양원 사망자 파악 중 요양사 "보호장비 부족, 직장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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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고령의 기저질환자와 치매환자가 모인 요양원의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요양원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를 공식적으로 집계하지 않고 있어 구체적인 피해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요양원 협회인 ‘케어 잉글랜드’는 지난 3주 동안 요양원에서만 약 1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보건당국이 지난 2주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즈 전역의 요양원 사망자 수를 20명이라고 발표한 것에 비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숫자다.
의료업계 관계자들과 알츠하이머 협회는 병원과 달리 개인보호장비(PPE)는 물론 코로나19 검사 키트도 부족한 상황에서 취약계층이 몰려있는 요양원이 정부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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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크셔 주의 한 요양원에서는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13명이 사망했다. 노샘프턴셔 주에서도 한 요양원에서 11명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요양원의 관계자는 검사를 하지 않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절반은 감염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격리가 불가능한 치매환자들 사이에서 바이러스는 더욱 빠르게 퍼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협회는 이날 “치매 환자 수십만 명이 요양원에 방치돼 있다”고 성명을 발표하며 요양사들을 위한 방호복 마련 등을 촉구했다.
영국 정부가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공중보건국의 집계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이는 오직 ‘병원’에서 사망한 이들만 파악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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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요양원마다 약 300개의 마스크와 일부 보호장비를 지원했으나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우리 시설에는 70명의 환자가 있고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마스크 300개는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분량이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요양사 노조는 “직장에 복귀하는 게 무섭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우리는 코로나19가 발발했을 시점부터 검사를 요구했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소량의 검사가 시작됐다. 4월 말, 5월 초에도 검사를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며 좌절감을 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