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블루스 개론서 ‘더 리얼 블루스’ 펴낸 유성은 씨 로버트 존슨-머디 워터스 등 고전 블루스 영웅열전 흥미진진 “이게 진짜란 의미로 책 제목 지어”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지난달 30일 만난 블루스 음악 작가 유성은 씨는 “미국 멤피스, 시카고도 답사하며 블루스를 온몸으로 느껴봤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돌아보면 저의 집필 동기 중엔 분노가 분명 있지요. 세상에는 꼭 있어야 될 책이 있으며 그런 책이 하나씩은 실제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속고 산 세월이 분해서’라고 했다. 유 씨가 처음 블루스를 접한 것은 1970년대 라디오와 음악잡지를 통해서였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유 씨는 1990년대 일 때문에 미국을 드나들다 현지의 ‘진짜’ 블루스를 알게 됐다. 연구를 시작했다. 파면 팔수록 세계가 깊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며 따라가다 보니 끝(책 집필)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유 씨는 “지금도 블루스에 대한 가짜뉴스가 넘쳐난다”고 했다. ‘이건 진짜다’ 하는 의미로 책 제목을 감히 ‘더 리얼 블루스’로 지었다고.
“대표적 오해가 ‘블루스에는 흑인 노예의 애환이 담겼다’는 것이죠. 애환, 고통, 외치는 소리, 끈적거림…. 그런 것은 블루스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에릭 클랩턴, 게리 무어가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블루스의 본질이 오도된 점도 있다고 그는 말한다.
유 씨는 머디 워터스(1913∼1983), 로버트 존슨(1911∼1938)의 곡부터 들어볼 것을 추천했다.
376쪽에 이르는 ‘더 리얼 블루스’에는 분노를 이성으로 다스린 듯, 유 씨의 꼼꼼함이 들어차 있다. 로버트 존슨, 찰리 패튼, 선 하우스 같은 고전 블루스 영웅들의 이야기를 캐릭터 열전처럼 흥미롭게 펼쳐냈다. 대공황과 전쟁이 블루스의 발전과 유행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비중 있게 짚었다.
“음악가의 신변잡사, 가사 분석에 치중한 음악 서적에 저는 질렸습니다. 모두가 블루스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단, 블루스를 어설프게 안다면, 이 책이 필요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