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처/데이비드 라이크 지음·김명주 옮김/432쪽·2만2000원·동녘사이언스
그는 유골 화석에 남아 있는 DNA(유전물질을 담고 있는 세포 내 핵산의 일종)를 검출해 그 유전정보(게놈)를 해독한 뒤 서로 연결하는 방법으로 사라진 옛 인류의 게놈을 복원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원제는 ‘Who We Are And How We Got Here’다.
“게놈 데이터는 2009년부터 고고학 역사학 인류학 언어학 등 여러 분야의 오래 묵은 논쟁을 해결하고 있다. ‘고대 DNA 혁명’이 과거에 대한 우리의 추정을 잇달아 파괴했지만 이 새로운 과학의 영향을 설명하는 책은 전무했다.”
서문에 “일반 독자와 전문가 모두에게 유익한 책을 쓰려 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분야 문외한이 술술 읽어 나가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초청 강연을 마친 뒤 저자에게 “이런 걸 연구하려면 연구비는 어떻게 따내나요”라고 질문했다는 학생의 심정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연구비를 신청할 때 나는 ‘인간의 과거가 유전적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그 과거를 이해하는 것이 질병의 위험인자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한다. 하지만 실은 다르게 말하고 싶다. 인간 본래의 호기심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 아닌가? 한 종으로서 근본의 탐구를 지고의 목표로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