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코로나19’ 확산에 인력감축 나서는 기업 늘어나…고용한파 우려

입력 | 2020-03-20 17:30:00

동아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장이 전방위 산업을 흔들면서 희망퇴직, 무급휴직 등 인력 감축에 나서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누적된 실적악화에 코로나19가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무급 휴직 및 희망퇴직을 시행하느라 신입사원 채용 일정은 무기한 연기되거나 사실상 취소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일 재계 관계자는 “이미 실적악화가 누적된 상황에서 맞은 코로나19 사태를 임금 반납이나 일시적인 무급 휴직 등 단기적 대책만으로는 넘을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 규모, 근무 연차, 업종을 불문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자동차, 항공, 관광, 중공업, 유통 등 업종별 상시 구조조정이 일상화됐다. 특히 전체 노선의 80% 가까이가 끊긴 항공업계는 거의 모든 기업이 희망퇴직, 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희망퇴직을 공고했던 대한항공은 올해 들어 객실승무원, 외국인조종사를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진행하고 있고, 아시아나항공 역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진행 중이다. 국제선 사업을 접다시피 한 저비용항공사(LCC), 수하물 처리와 발권 대행 업무를 맡는 지상 조업사들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 감소에 산유국간 유가전쟁을 겪고 있는 정유업계, 중공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고용 안정과 높은 연봉으로 높아 ‘꿈의 직장’으로 불리던 에쓰오일마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준비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2월 희망퇴직을 진행한데 이어 최근에는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휴업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닛산이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완성차 업계의 생산 감소 직격탄을 맞은 부품사들 중에는 만도가 희망퇴직을 진행 중이다.

손님 발길이 뚝 끊긴 호텔 및 유통업계도 인건비 감축에 나서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창사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호텔은 3, 4월 두 달 동안 희망 직원에 한해 7일의 무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설업도 예외가 아니다. 건설업은 고용유발효과가 가장 큰 업종으로 국내 취업자 2739만 명 중 204만 명(7.5%)이 종사하고 있다. 고용둔화가 현실화되면 저소득층의 일자리 감소가 특히 우려되는 산업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건설투자 감소와 수주 악화가 국내 고용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존 일자리가 줄어들자 취업준비생은 취업 전형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그룹 등 대규모 정기 및 수시 공채를 실시하는 대기업들은 일제히 채용일정을 연기했다. 항공업계 등은 신규채용은 꿈도 못 꾼다는 분위기다.

고용한파 조짐은 지난 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도 나타났다. 일시휴직자가 1년 전보다 14만 명 이상 급증한 것이다. 항공업계 등에서 무급 휴직자가 늘어나고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마저 일시 중단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휴직자들은 비자발적으로 일을 쉬면서 월급은 받지 못하지만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된다. 실질적인 실업률은 더 높을 수 있는 뜻이다. 음식점 아르바이트 등 임시 일자리도 줄면서 20대 고용률도 하락 추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고용동향부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