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을 못 구해서 노숙했어요.”
25일 오후 3시 강모 씨(48)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게이트를 빠져 나가며 짧게 말했다. 이달 16일 이스라엘로 성지순례를 떠났던 강 씨는 열흘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강 씨가 여행하던 도중 한국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다. 호텔은 “한국인은 묵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했다. A 씨는 결국 숙소를 찾지 못해 전세버스 안에서 하루를 지냈다. 가까스로 숙소를 구한 뒤엔 방 안에서만 지냈다.
A 씨를 포함한 한국인 여행객 400여 명이 25일 이스라엘 정부가 운항한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스라엘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을 막겠다면서 한국을 거쳐 간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 지 사흘 만이다.
방 밖에 나갔다가 호텔 관계자들이 현지 경찰에 신고하는 일도 벌어졌다. 70대 여성 이선자 씨는 “방 안에만 있는 게 하도 답답해 잠시 운동이나 하려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며 “호텔 직원이 쫓아와서 방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질렀다”고 했다. 유현숙 씨는 “호텔 직원들은 한국인을 보면 도망치듯 피했다”며 “직원들이 하루 세 끼 도시락을 줄 때도 방 밖에서 던지듯 주고 갔다”고 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이날 공항에서 발열, 호흡기 증상 등이 있는지를 적어 당국에 제출한 뒤 귀가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12일에 한국 정부의 전세기로 귀국한 우한 교민들처럼 시설에 격리되지는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한국의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를 높게 판단해서 입국 금지 등을 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입국한 한국인들을 특별 관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에 남아있는 한국인 500여 명도 돌려보내기 위해 전세기를 추가 투입할지 검토하고 있다.
인천=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