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불과 일주일 만에 코로나19(우한폐렴) 환자 집계 방식을 또 바꿨다. 중국은 12일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 등 임상 의료진 판단으로도 확진 판정을 내리는 새로운 기준을 적용했다. 그러자 후베이성에서만도 하루 새에 확진자가 1만4840명, 사망자가 242명 새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날엔 확진자가 1638명, 사망자가 94명 증가했던 것보다 확진자는 9배, 사망자는 2.6배 급증한 것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는 19일부터 임상 의료진 판단에 따른 환자를 통계에서 빼는 것으로 집계 방식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날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 환자가 349명, 사망자는 108명으로 급감했다. 환자가 급증하거나 급감할 때 모두 자세한 배경 설명은 없었다. 사망자 수와 비교할 때 환자 수가 너무 적어 보여서 기준을 올렸더니 이젠 부담스러워서 안 되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중국에선 전국 31개 성(省)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더한 수치가 국가 GDP보다 5∼10%가량 많게 나오는 일이 빈번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수시로 기준을 바꾸며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한 통계 수치를 제시하다 보니 불신만 커진다. 눈에 곧바로 띄는 인프라가 사회간접자본(SOC)이라면, 통계는 눈에는 바로 보이지 않지만 정책의 기초로 활용되는 핵심 지식 인프라에 해당한다. 그러니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가 진정한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잣대로 쓰이는 것 아니겠나.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