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 “오스카의 변화에 투표, 대단한 일… 女제작자가 상 받는 모습 보여준것,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아카데미 캠페인이 ‘기생충’ 흥행에 기름을 부어준 것 같다”며 “오스카는 명예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사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오스카상은 투표를 하는 각 개인이 결정하는 건데 그 투표를 한 사람들이 대단하고 용기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오스카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한 표를 던지는 거잖아요.”
작품상 수상 당시를 생각하며 그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영화 ‘기생충’ 속 대사처럼 ‘리스펙!’을 떠올렸다고 했다.
봉 감독과 처음 ‘기생충’의 아이디어를 논의한 것은 2015년. 그는 당시 영화 제작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영화가 더 잘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차기작이 봉 감독 영화인데 그만둔다고?”
‘기생충’ 작업에 매달린 2017, 2018년은 그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감독 배우 스태프와 함께 신바람 나서 몰입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만둘 생각이 있냐고요? 한국 영화계에서 오스카 작품상 타이틀을 쥔 사람이 없어지는 건 아쉽잖아요. 하하.”
그는 1994년 영화전문지 ‘키노’ 기자로 시작해 영화계에서 마케팅, 제작 등을 두루 거치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할리우드의 감독, 제작자, 배우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체험한 경험은 그에게도 큰 자산으로 남았다. 감독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거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해야 하는 등 전 세계 제작자들의 고민은 그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기생충’을 뛰어넘을 차기작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봉 감독님이 20년의 인생을 바쳐서 이룬 성과가 ‘기생충’인걸요. 앞으로 제각각 성취를 이룬 감독님들을 만날 텐데 저도 제 스타일로 좋은 감독님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