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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2000억달러짜리 휴전… 기업보조금-화웨이제재 ‘불씨’ 남아

입력 | 2020-01-17 03:00:00

무역전쟁 22개월만에 1단계 합의 서명




美-中, 1단계 무역합의 서명… 불안한 휴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뒤 류허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약 22개월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등 난제가 많아 2단계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무역전쟁에 돌입한 두 나라가 약 22개월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이날 공개된 94쪽의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총 2000억 달러(약 232조 원)어치의 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미국도 약 12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고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소비재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보류한다. 다만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기존의 25% 관세는 2단계 무역합의가 타결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국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류 부총리가 대독한 서신에서 “양국 합의는 세계를 위해 좋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역 거래 중 하나”라며 “2500억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며 미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합의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합의 내용의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이행 과정에서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국영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조금 지급,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제재 등 핵심 쟁점은 2단계 협상에서 논의하기로 해 더 큰 불씨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29,000’이라고 적힌 모자를 쓴 증권 거래인들이 장중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힘입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29,000을 돌파했다. 뉴욕=AP 뉴시스

중국은 합의문에서 올해와 내년에 미국산 공산품(777억 달러), 에너지(524억 달러), 서비스(379억 달러), 농산물(320억 달러) 등 분야별 구매액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을 위해 미국산 유제품, 가금류, 쇠고기 등에 대한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도 약속했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직면한 중국이 진짜 2000억 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을 구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류 부총리가 서명식장에서 “시장 상황에 기반해 수입 물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급이 맞지 않는 류 부총리와 합의문에 서명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은 시 국가주석과의 합의문 서명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이 이번 합의와 양국의 미래 관계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음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과의 2단계 협상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2단계 협상이 마무리되면 그간 부과한 대중 관세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11월 대선 전까지는 관세를 중국을 압박할 협상 카드로 사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제재 역시 당장 풀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류 부총리도 시 주석의 성명을 대독하며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무역과 투자 활동에 대해 공평하게 대해 주기를 바란다”며 제재를 철회해 달라고 맞섰다.

한국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20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구입하는 제품 목록에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전기전자, 화학제품 등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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