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의 스틸컷.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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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창동 감독 ‘시’
詩와 다른 현실…‘역설의 아픔’ 담아내
이창동 감독은 영화 ‘밀양’으로 인간의 무참한 악행과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한 신과 인간의 용서와 구원 그리고 그 잣대가 무엇인지를 제목(비밀스러운 햇볕)과 달린 서늘한 정서로 물었다. 또 악행에 대한, 인간의 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용서라는 것이 어떤 실체를 지녔는지도 질문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비인간적 무참한 행위에 대한,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절대자의 용서라는 것이 결코 ‘절대’적일 수 없다고 말한 듯했다.
감독은 그러고선 마침내 인간의 도덕적 선택과 양심적 운명에 신뢰를 보내는 길로 나아간 게 아닐까. 그의 2010년 연출작 ‘시’가 비인간적 무참한 행위에 대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는, 현실 위에 발 딛고 서려는 연약한 인간의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영화 ‘시’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쓰고 싶은 60대 중반 양미자의 이야기다. 여전히 소녀의 감수성을 지닌 그는 우연한 기회에 시에 관한 강좌를 들으면서 세상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아름답기만 한가. 자신의 손자가 그 친구들과 함께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그에게도 세상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미자는 손자가 해친 어린 소녀의 아픔을 저버릴 수 없다. 기어이 자신의 양심을 따르는데, 그때서야 그의 시 속에서 세상은 또 달리 아름다움으로 비치려 한다. 다만 그 역설의 아픔은 이를 데 없으니, 관객의 가슴은 서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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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