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방법원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발언하던 브렌트 진씨(18)가 증인석 앞을 걸어 나가 앰버 가이거(31)씨를 꼭 껴안았다. 가이거 씨는 그의 형 보텀 진 씨(사망 당시 26세)를 총으로 쏴 죽인 범인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벌어진 이 광경이 분열과 대립으로 얼룩진 미국 사회에 깊은 울림을 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댈러스 여성 경찰관이었던 가이거 씨는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퇴근했다.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한 흑인 남성이 움직이는 걸 목격했다. 그는 즉시 총을 뽑아 총을 두 발 쐈다.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집이 아니었다. 바로 한 층 위에 있던 진 씨의 집이었다.
광고 로드중
이날 고인의 10대 동생 브렌트 씨는 눈물을 흘리며 가이거에게 “당신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허락을 받고 그를 1분 넘게 포옹했다. 자신이 죽인 사람의 동생 품에 안긴 가이거 씨도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공화·텍사스)은 “기독교적 사랑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도 “믿음, 사랑, 용서의 놀라운 모범”이라고 치하했다. 존 크루조트 텍사스 지방검사는 “놀라운 치유 행위다. 전 미국이 이로 인해 의미를 얻길 바란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