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에느 리일 지음·이승재 옮김/328쪽·1만4000원·은행나무 ◇그날의 비밀/에리크 뷔야르 지음·이재룡 옮김/176쪽·1만2800원·열린책들
송진의 배경은 덴마크 홀데트섬. 이곳에는 목수인 옌스 호더 가족만이 살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살아온 듯한 옌스는 아버지와 형, 갓 태어난 아이를 잃으며 두려움과 저장 강박증에 휩싸인다. 소설은 옌스가 왜 이렇게 기괴한 사람이 됐는지를 쫓아간다. 그가 왜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를 송진으로 방부 처리해 컨테이너에 보관했는지….
소외된 주인공들이 벌이는 엉뚱하고 짓궂은 사건이 블랙코미디처럼 펼쳐진다. 비극적인 이야기와는 대조적으로 이들을 둘러싼 자연은 아름답기만 하다. 스칸디나비아 최고의 서스펜스·범죄소설에 수여하는 글래스키상 수상작.
광고 로드중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첫 장에서 독일의 산업과 금융을 대표하는 스물네 명의 기업가들이 히틀러와 괴링을 만나는 장면이다. 나치 정치인들이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해도 기업가들은 놀라지 않는다. ‘부패는 대기업의 회계장부에서 긴축 불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당시 포로들을 착취해 각종 무기를 생산했던 기업인 구스타프 크루프는 나치에 100만 마르크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쾌척했지만, 전후 유대인 생존자에겐 한 명당 단돈 2250달러를 지불하기로 약속한다. 과거의 얘기는 오늘날에도 재생된다.
전승훈 문화전문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