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문제 전체로 오도 말고 정교한 사학 정책 마련해야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사립대에서는 감사 범위를 대학의 전 분야로 확대한 점, 감사단을 정예 감사 인력으로 구성한 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비리 발생 대학에 대한 집중 관리와 교육부의 감독 강화를 주문한 직후 대대적인 감사에 나선 점 등을 근거로 이번 감사의 강도와 처리 수위가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
연세대를 첫 타자로 감사가 시작되자 사립대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연세대 감사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내부적으로 효과적인 감사 준비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21년까지 2년 반 정도 남았는데 언제 감사를 받을지 알 수가 없어 감사 대상 대학들은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초조해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이 감사 준비에 매달리느라 중요한 대학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말도 들린다.
어느 분야, 누구를 막론하고 비리는 용납될 수 없다. 특히 미래 세대를 육성하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부정과 비리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엄정하게 다스리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유 장관이 “일부라도 부정 비리가 있는 경우에는 엄단 조치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백번 옳은 말이다.
다만 사립대에서는 교육계 전체와 사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드러나거나 확인된 부정에 한정해 문제를 바로잡는 방식으로 정부가 적절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사립대 전부에 비리가 있는 것처럼 의심하고 마구잡이식으로 감사를 벌이면 사립대학들이 억울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학은 우리 교육의 버팀목이다. 전국의 430개 대학(전문대 포함) 중 372곳(87%)이 사립대다. 고교는 2358곳 중 946곳(40%)이, 중학교는 3214곳 중 637곳(20%)이 사립이다. 굳이 사립학교 비중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학은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나라가 가난해 학교가 모자랄 때 설립자들이 전 재산을 출연해 학생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었다.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교육이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없도록 정교한 사학 정책을 기대해본다.
이태훈 정책사회부장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