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욕먹으러 나가는 것”이라고 ‘쿨’하게 반응하는 심 원장. ‘한식대첩’ ‘옥수동 수제자’ 등 여러 방송에서 맹활약했다. 요즘은 ‘두 얼굴의 사장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방송 캡처 © 뉴스1
광고 로드중
“100살까지 가르치고 싶다”는 그는 요즘도 일주일에 나흘씩 서울 옥수동에 있는 요리연구원에서 학생들에게 요리비법을 전수한다.(사진제공=심영순요리연구원) © 뉴스1
광고 로드중
“‘음식을 보고 어떻게 해야 맛있겠다’라고 느끼려면 요리를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요리계의 ‘부리부리 박사’는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요리실험을 했을까.© 뉴스1
광고 로드중
요즘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백발의 할머니 사장님, 반전매력이 상당하다. “정성스레 요리 안 할 거면 사표 내고 나가”라고 목소리 높이다가도 시장에서 식재료 살 땐 “첫사랑 만난 것보다 좋다”며 소녀처럼 웃는다. ‘호랑이 보스’와 ‘심요정’. 양극단의 별명으로 불리며 주목 받고 있는 심영순 요리연구가(79·심영순요리연구원장)다.
심 원장은 50여 년 요리인생 동안 수 천 명의 제자들을 길러낸 한식대가. 정·재계와 재벌가에서 앞다퉈 요리선생으로 모시려고 그의 집 앞에 고급 승용차를 보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우리 음식이 세계에서 영양가가 가장 많다”고 말하는 그는 맛도 좋고 소화도 잘 되는 한식 조리법 개발에 전력투구해 왔다. 그 과정 속에서 “실패도 많았다”고 했다. 부엌을 실험실 삼아 요리와 씨름한 무수한 시간이 오늘의 심영순을 만들었다.
광고 로드중
어린 시절 어머니는 혹독하게 요리를 가르쳤다. 다섯 살부터 멸치 다듬고 마늘을 깠다. “어머니가 ‘볶아라’ 하면 볶고, ‘썰어라’ 하면 썰고, ‘간 맞춰라’ 하면 간을 맞췄어요.” 기준에 못 미치면 어머니는 가차 없었다. “간이 틀렸다. 갖다 버려라.” 심 원장은 “지금 생각하면 저를 좋은 집에 시집보내려고 그렇게 훈련시킨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리솜씨는 결혼 뒤 입소문이 났다. 아이들 도시락 때문이었다. 어느 날 셋째 딸이 다니는 유치원 원장에게 연락이 왔다. “어머니들에게 반찬 만드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요리강의는 대성공. 곳곳에서 심영순을 찾았다. 손맛 좋은 평범한 주부는 어느새 인기 요리선생이 됐다.
◇나는 실패 많은 ‘부리부리 박사’
심 원장은 스스로를 ‘부리부리 박사’라고 부른다. ‘부리부리 박사’는 매일 엉뚱한 발명품을 만들어 주변을 놀라게 하는 실패투성이 부엉이. 1970년대 TV프로그램 속 인기 캐릭터였다. “실패 많이 했어요. 생선요리의 경우, 하얗게 조리하기도 하고, 우거지를 넣고 조리하는 때도 있고, 말갛게 찜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요. 조리법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죠. 불·그릇·재료도 딱 맞아야 하고요. 이 세 가지를 고려하지 않고 음식을 했다가 버리는 경우가 아주 많았어요.”
된장찌개도 마찬가지였다. “알된장, 물된장, 두부된장, 고기된장, 채소된장 등 된장찌개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된장 하나만으로도 수십 가지 음식이 되죠. 된장과 부재료의 비율을 맞춰 요리했던 과정은 말로 다 못해요. 우리나라 음식은 정말 한도 끝도 없거든요.” 한식 조리법 개발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이었던 셈이다.
광고 로드중
◇심 원장의 못 말리는 ‘요리사랑’
모든 요리에서 실패를 경험했다는 심영순 원장. 그 실패의 크기가 언뜻 커 보이진 않을지 몰라도, 50여 년 요리인생 가운데 ‘쓴맛’을 안 본 날이 얼마나 될까. 번번이 실패했어도 “요리를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없었다”고 했다. “맛이 하나하나 새로워질 때마다 얼마나 즐거웠는지 몰라요.” ‘도전의 맛’이 그토록 달콤했기에 그는 수십 년간 기꺼이 부엌을 지킨 게 아닐까.
“지금도 밤에 자다가도 식품 생각밖에 안 난다”는 79세 할머니 보스. “요리할 땐 식품 자체를 사랑해야 하고, 먹는 사람도 사랑해야 해요. 사랑스러운 눈으로 식품을 보며 음식을 만들면 맛이 살아나요.” ‘요리의 달인’이 말하는 맛있는 음식의 비결이다.
“아직도 연구할 부분이 너~무 많아 빨리 죽으면 안 되는데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 하늘이 부르는 그날까지 가르치고 싶죠. 요리 연구하고 가르치는 게 제 길이고, 제가 받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