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기웃거려본 타투숍, 전국 2만여명 활동 중이지만… 네일숍-미용실로 위장해 시술, 영업장 옮겨가며 불시단속 피해 美는 정부서 관리 日은 무죄판결… 국내선 의료행위로 규정해 단속
4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타투숍에서 문신사(왼쪽)가 여성 손님의 팔에 문신을 새기고 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만 20곳이 넘는 타투숍이 몰려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 가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문신숍이 또 있었다. 여기도 들어가 봤다. 한 여성 손님이 문신 시술을 받기 위해 간이침대에 앉아 있었다. 가게 주인은 “인터넷에 따로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지나다가 들르는 손님만 하루에 10명 정도 된다. 지금 와 있는 손님도 예약 없이 찾아온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주인은 손님이 기다리는 간이침대 쪽으로 향했다.
○ 의사 외 문신 시술은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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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문신사들은 불안감 속에 영업하고 있다. 언제 단속에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에서 17년간 반영구 문신 시술을 해 온 김모 씨(51·여)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1년마다 가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한자리에서 오래 영업하는 문신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반영구 문신 시술을 하는 양모 씨(31·여)는 올해 1월 손님에게 돈을 뜯겼다. 시술을 다 받은 손님이 계산할 때가 되자 갑자기 돌변해 돈을 주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했다. 손님은 “신고당하면 벌금 물고 가게 문도 닫아야 한다”며 겁을 줬다. 결국 양 씨는 300만 원을 건넸다. 양 씨는 손님을 공갈범으로 신고할 수도 없었다. 신고를 하면 자신의 불법 문신 시술도 단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병원에서 시술하는 문신사도 있다. 병원이 고용한 이들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문신 시술을 하더라도 의사가 아닌 문신사의 시술은 불법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일하고 있는 문신사 박모 씨(38·여)는 “의대까지 나와서 주사 놓고 수술하는 사람들이 뭐 하러 손기술 익혀서 문신 시술을 하겠느냐”며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에서 반영구 문신 시술을 하는 건 거의 100% 문신사가 하는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배우고 가르치는 건 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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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미용학원에서는 한 달에 20명이 넘는 수강생이 ‘반영구 문신술’ 수업을 듣는다. 이 학원 운영자는 “의사가 아니어도 문신 시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건 합법이고 시술은 불법이라 수강생들에게 편법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며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서 가게를 차려 미용업으로 신고한 뒤 ‘숍인숍(Shop In Shop·매장 안에 매장을 여는 것)’ 형태로 반영구 문신 시술 영업을 하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문신사법’을 만들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도 합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문신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 등 500여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문신사중앙회 경기성남지회 이향민 위원은 “단속과 신고 때문에 하루하루 가슴 졸이며 일하는 문신사가 전국에 2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 영국 미국 등은 자격·면허제
해외에서는 의사가 아니어도 위생이나 안전, 감염 관련 교육을 받으면 문신사 자격을 주고 이들의 시술행위를 합법화한 나라들이 있다.
영국은 정부가 정한 위생·안전 관련 교육과정을 거치면 문신사 자격을 준다. 미국도 일부 주에서는 위생교육과 혈액매개 감염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문신시술 면허를 발급해준다. 미국에서는 뉴욕시가 1997년에 처음으로 유효기간 2년짜리의 타투 면허증을 발급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처럼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불법으로 봐왔던 일본에서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오사카 고등법원은 지난해 5월 의사 면허증 없이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신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는 18, 19대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문신사 면허와 교육, 위생관리 의무 등을 담은 문신사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입법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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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always99@donga.com·김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