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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의 전쟁史]〈56〉불로장생약과 화약

입력 | 2019-05-07 03:00:00


화약은 중국에서 처음 발명했다고 한다. 도교의 선사들이 불로장생약을 만들기 위해 유황과 초석 등을 가열하다 폭발하면서 화약을 발명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로장생약이 인류 최대의 살인 물질이 됐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화약과 관련된 또 하나의 아이러니가 있다. 화약 제조법을 처음 발견한 중국인들은 그것의 군사적 가치를 간과하고 주로 폭죽이나 놀이기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정작 화약을 무기로 이용한 사람은 뒤늦게 중국으로부터 제조법을 얻어간 유럽인들이었다.

어떤 중국인은 이 이야기를 자신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증거라고 주장하지만 맞는 말은 아니다. 중국인들도 화약의 군사적 가치를 예전부터 주목했다. 중국의 역대 왕조가 항상 두려워했던 몽골족, 만주족과 싸울 때 명군에게 승리를 안겨주는 수단은 화약무기뿐이었다. 화약을 제대로 사용하고 위력을 발휘한 경우에는 승리했고 그러지 못하면 대패했다.

중국인들도 화포를 만들었지만 명나라 때 벌써 대포의 성능은 유럽이 훨씬 앞섰다. 총은 말할 것도 없고, 총과 대포를 이용한 전술의 개발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서구에 뒤처졌다.

그 이유는 금속 제련 같은 무기 개발에 필요한 여러 부수적인 기술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술을 장려하고 개발해 내는 국가적 시스템 혹은 사회적 역동성에서 중국이 서구에 뒤져 있었다. 국가가 투자와 경쟁, 시장을 통제했으며 학문과 사상, 예술을 총동원해 국민에게 실용보다 고귀한 것과 도덕적인 것에 대한 가치만 차별적으로 높여놓은 까닭이었다.

사실 중국을 평가절하하기도 부끄러운 것이 우리는 1960, 70년대부터 이런 이야기를 해왔다. 이제 세계적인 산업국가가 된 지금 우리는 바뀌었을까? 겉으로는 바뀐 것 같지만 뿌리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회는 더 관념적이고 가치 지향적이고 논쟁적으로 변해간다. 그런 양상만 보면 마치 조선 후기 사회를 보는 듯해 안타깝다 못해 우울해진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