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로니모’와 쿠바 한인 역사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했던 고(故) 헤로니모 임 김의 일대기를 다룬 전후석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가 국내 개봉 추진 중이다. 위 사진은 전 감독이 2016년 영화 촬영 중 만난 쿠바 한인들. 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모자를 거꾸로 쓴 사람이 전 감독. 전후석 감독 제공
―헤로니모 임 김의 시 ‘조국(homeland)’ 중(번역)
○ 쿠바 한인 사회 재건을 위해 소매 걷고 뛰어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헤로니모의 삶은 곧 쿠바 한인의 역사다. 헤로니모의 아버지 임천택은 만 2세 때 1905년 홀어머니 품에 안겨 멕시코 에네켄(용설란) 농장으로 떠났다. 이후 쿠바로 이주한 그는 현지에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다. 사후인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고(故) 헤로니모 임 김
숙원은 쿠바 내 한인회 설립이었다. 공식 한인회 설립을 위해선 한인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헤로니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쿠바 방방곡곡을 돌며 한인들을 만났다. 현지 신문에 광고도 냈다. 쿠바 이주 80주년인 2001년에는 마나티, 엘볼로 지역에 한인이주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두 기념비는 모두 조국이 있는 서쪽을 향해 세웠다.
헤로니모는 2006년 80세의 나이로 쿠바에서 눈을 감았다. 쿠바 이주 98주년인 현재, 그의 숙원이었던 한인회 설립은 쿠바 정부의 불허로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 국내 개봉 타진하는 ‘헤로니모’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의 이야기를 곧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동포 전후석 감독(35)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가 올해 국내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코트라 뉴욕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전 감독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건 2015년 12월 쿠바 배낭여행이 계기다. 현지 가이드로 헤로니모의 딸 페트리시아 임을 만난 것. 헤로니모의 아내, 형제 등을 만난 전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을 모은 그는 쿠바에만 네 차례 가는 등 4개국 17개 도시를 돌며 촬영했다. 쿠바 한인부터 선교사, 역사학자 등 70여 명을 인터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법륜 스님 등도 후원의 손길을 건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