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세기폭스는 머독의 미디어 제국을 떠나 미키마우스로 출발한 96년 역사의 월트디즈니 품에 안겼다. 월트디즈니는 21세기폭스의 영화·방송 부문을 710억 달러(약 80조 원)에 인수하는 메가딜을 20일 완료했다. 영화 팬들은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 영화 ‘어벤저스’에 폭스가 만든 ‘엑스맨’ ‘데드풀’이 등장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데드풀의 주연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첫 출근을 하는 기분”이라며 미키마우스 모자를 쓴 데드풀 인증샷을 올리기도 했다.
▷미국 6대 메이저 영화사 중 유일하게 비(非)유대인이 설립한 디즈니는 몇 년 새 공격적인 경영으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콘텐츠 왕국을 이뤘다. ‘토이스토리’의 픽사스튜디오, ‘스타워즈’ 시리즈의 루커스필름,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 슈퍼히어로 군단을 거느린 마블코믹스를 잇달아 사들인 것이다. 모두 유대인 밥 아이거 회장이 2005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진행된 인수합병(M&A)이다.
▷이번 M&A는 디즈니가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정면승부를 벌이겠다는 뜻이 담겼다. 이미 넷플릭스에 자사 콘텐츠 공급을 중단한 디즈니는 폭스 인수로 미국 3위 OTT 훌루의 최대 주주가 됐고, 연내 새로운 OTT ‘디즈니플러스’도 선보인다. 넷플릭스의 세계 가입자가 1억5000만 명인데, 디즈니플러스가 1억6000만 명을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 월가에서 나왔다. 넷플릭스도 최근 “우린 기술기업이 아닌 디즈니 같은 미디어기업”이라며 맞불을 놨다. 승자를 예측하기 힘들 만큼 치열한 글로벌 공룡들의 콘텐츠 플랫폼 전쟁이 불붙었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