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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웅의 공기 반, 먼지 반]‘나쁜 실내공기’가 미세먼지보다 위험하다고?

입력 | 2019-03-07 03:00:00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당신은 공기 좋은 곳에 살면서 어떻게 한국의 대기 오염 문제를 평할 수 있는가”다. 처음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내심 뜨끔한 적이 많았다. 물론 여전히 이곳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는 미국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그래도 비교적 한국보다는 깨끗한 대기 환경을 누리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를 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문제를 접근할 때 ‘무심(無心)’, 즉 한 발짝 물러서 문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문제에 대한 지나친 감정적인 생각들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으며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한걸음 떨어져 잠시 무심하게 제3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2016년 6월 대한민국 환경과학원과 미 항공우주국 주관의 한미 대기질 공동연구 항공 관측이 한참 진행 될 때의 일이다. 그해 5월부터 시작된 항공 관측을 통해 기존 사회의 인식과는 다르게 중국에서 온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수도권 및 서해안 연안의 화력발전소, 산업시설의 대기오염 배출로 인한 미세먼지, 그리고 오존의 2차 생성 문제가 한국 대기오염의 주요한 원인이라는 관측이 뉴스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그때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뉴스가 하나 나왔다. 바로 ‘고등어가 미세먼지 오염의 주범’이라는 보도였다. 이는 밀폐된 실내에서 조리를 할 때 순간적으로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질 수 있으니 환기를 권고한다는 보도자료가 와전된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사건 직후 고등어 판매량은 급감했고 해양수산부는 고등어 판매 촉진 행사를 열어야 할 정도로 문제가 커졌다. 이 소동은 한국 사람들이 실내 공기질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최근 전문가 집단으로 하여금 ‘실내환기 및 실내 공기질 관리 가이드 라인’을 만들게 하는 기반이 됐다. 하지만 오도된 사실에 기반한 막연한 두려움이 무엇인지 한 걸음 물러서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고등어구이 등 실내 조리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자. 유럽과 미국은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었던 1950년대 이후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환경 기준을 만들었는데, 당시 1시간 평균값 기준이 많았다. 이후 오존은 1990년대 들어 8시간 평균으로 기준을 조정했고 미세먼지(PM10 이하) 및 초미세먼지(PM2.5 이하)는 1년 평균 기준으로 바뀌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낮은 농도의 미세먼지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오히려 고농도 미세먼지보다 건강에 더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고등어구이 같은 단시간 조리는 환기만 잘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실내 공기 오염문제에 대한 보도가 있을 때마다 자주 등장하는 통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다. 이에 따르면 실내 공기질 악화로 병을 얻어 사망하는 인구가 매년 약 4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자료에 접근해 조금만 깊이 살펴보면 실상은 조금 다르다. WHO의 관심은 우리나라처럼 대부분 도시가스를 이용해 조리나 난방을 하는 발전된 국가가 아니다. WHO가 밝힌 통계의 사망자 대부분은 아프리카, 인도, 그리고 남미의 미개발 지역에서 나무 같은 땔감을 이용해 조리하고 난방하는, 세계적인 극빈 계층에 집중돼있다. 특히 이들 국가에서 호흡기가 매우 취약한 계층인 어린이나 노년층이 환기가 잘 안되는 주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경우 더더욱 문제가 된다. 이러한 이유로 WHO, 세계은행, 비정부기구(NGO) 등과 자원봉사 엔지니어들은 비교적 더 저렴한 가격으로 깨끗하게 타는 석유풍로 같은 조리기구를 개발하고 그것을 빈곤국가나 오지로 보내는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가끔은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냉정하게 문제 위에 올라서서 문제가 가진 본질의 전후를 이해해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에 짓눌려 섣부른 대책을 성급하게 남발하거나 공포에 질려 패닉에 빠지는 것은 진정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세웅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