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요원 채용에 핵물리학자의 지원을 독려하기 위한 광고를 제작했다. 과학기술 전문가, 외국어 능통자 등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에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FBI 텍사스주 앨버커키 지부 채용팀은 14일 트위터에 뉴멕시코대에서 열리는 2019년 채용 박람회에서 지원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를 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탄한 노동시장 때문에 FBI가 전에는 거의 하지 않았던 공격적인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다”고 24일 전했다.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FBI 요원 지원자는 1만1500명으로 2009 회계연도(6만8500명)의 약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간 900명 정도를 채용하는 FBI는 양질의 요원을 선발하기 위해서는 지원자가 최소 1만6000명은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3년 연속 지원자 수가 이 기준을 밑돌자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피터 서시 FBI 채용 담당자는 “노동시장에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보다 일자리가 더 많아져 고용자들이 사람을 뽑기 힘든 상황이어서 경쟁력을 높이려고 채용 전략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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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FBI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수사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벌이면서 정치적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2017년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치적 외풍까지 불면서 FBI 인기가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특별수사관 업무에 흥미를 가지는 이들이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FBI는 결국 인재 유치를 위해 채용 제도를 전면 손질했다. 지원자에게 요구했던 3년의 직장 경험을 2년으로 줄이고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눈높이 채용 서비스’도 시작했다. 관심을 보인 사람들에게 지원서 제출을 독려하거나 전직 요원들에게 후보 추천을 부탁하고 나섰다. 심지어 체력 검정 통과 요건에 미치지 못한 사람도 지원할 수 있게 허용하고 체력 테스트 합격을 위한 훈련 지침까지 제공하고 있다.
요원의 67%가 백인으로 구성된 FBI는 여성과 소수계, 기업 경영자 등 과거 요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이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들의 지원을 독려하는 ‘뜻밖의 요원’ 채용 캠페인(#UnexpectedAgent)도 시작했다. WSJ는 FBI 공식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1만1500명의 지원자 중 47%가 소수계, 26%가 여성이었다”며 “새로운 채용 캠페인을 시작한 지난해 10월 1일 이후 1만3000명이 지원했다”고 소폭의 증가 움직임을 전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