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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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또 가톨릭교 성직자들을 겨냥해 독설을 퍼부었다.
11일(현지 시간) 뉴스채널 ABS-CBN 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한 학교 기공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주교(가톨릭에서 교구를 관할하는 성직자)들이 ‘개XX’ 망할 자식들이라는 것”이라고 욕하며 “그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교 대다수는 동성애자”라며 “금욕생활을 취소하고 남자친구를 만나야 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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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에는 “신이 자신을 기쁘게 해줄 사람이 없고 곁에 여자가 없어서 외로운 나머지 지구와 만물, 아담과 이브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한 연설에서 가톨릭교에 대해 ‘가장 위선적인 곳’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고등학교 시절 자신과 친구들이 신부에게 성추행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그가 가톨릭 성직자들을 향해 이 같은 독설을 쏟아내는 구체적인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지 가톨릭 주교와 성직자들이 그의 핵심 공약인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재판 없이 진행되는 처형 문제를 비판하는 것에 반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된 후 지금까지 마약 용의자 4000여 명이 처형됐다.
그가 신성을 모독하는 발언을 일삼자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필리핀은 1억800여만 명의 인구 중 가톨릭 신자가 83%에 달하기 때문. 실제로 2016년 취임 후 한 번도 80% 아래로 떨어지지 않던 지지율이 지난해 9월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3%)에서 72%까지 떨어졌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