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두 달 동안 이라크 전역에서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는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죽은 채 수면 위로 떠오른 물고기들을 굴착기로 퍼내야 할 정도다. AP 뉴시스
그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 할지, 치운다고 강이 되살아날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너무 두렵다”고 말했다.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 수만 마리가 강둑에서 악취를 내뿜으며 그의 눈앞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이라크 중심을 가로지르는 두 물줄기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따라 자리 잡은 도시들에서는 요즘 한숨 소리가 가득하다. 10월 이라크 북부의 강 상류 지역에서 떼죽음을 당한 물고기들이 처음 발견된 뒤로 강줄기를 따라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두 달 동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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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정부는 비상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정부는 “당분간 강에서 건진 물고기는 먹지도, 팔지도 말아야 한다”고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또 바그다드를 비롯해 도시와 도시 사이의 물고기 거래도 사실상 전면 금지했다.
이라크에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은 ‘천국의 강’이라고 불려왔다. 여기서 잡은 물고기를 장작 구이나 훈제로 먹는 ‘마스쿠프’라는 요리는 이라크를 대표하는 전통 음식이다. 하지만 지금은 관광지에서조차 마스쿠프 요리가 사라졌다.
이라크 정부는 아직 물고기 떼죽음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상태다. 단순히 ‘수질 오염’이 원인이란 답만 내놨다. 이라크 정부의 요청으로 원인 조사에 나선 세계보건기구(WHO)는 악성 폐수에서나 나오는 고농도 암모니아 등이 강에서 발견됐고 이 때문에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라크 주민 사이에서는 “누군가 고의로 물을 오염시키고 있다” “사람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등의 흉흉한 소문들이 퍼지고 있다. 민물고기를 잡아 팔거나 양식업을 하는 등 강줄기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왔던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위기에 빠져 있다. 미처 다 치우지 못해 2차 오염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양식업을 하는 한 남성은 “며칠 안에 이 물이 우리를 독살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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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