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균 해결책 ‘항독성제’ 급부상
코와 호흡기계통에 주로 존재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이다. 한국에 존재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의 60∼70%가 항생제인 메티실린에 내성을 가지고 있다. 성균관대 항균내성치료제연구소 제공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이던 지난달 12∼16일 각국에서 슈퍼박테리아 감염 현황과 대응 상황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영국 국가항생제 내성 대책위원회 보고서는 2050년에는 암 사망자(810만 명)보다 많은 1000만 명이 슈퍼박테리아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까지 슈퍼박테리아를 물리치기 위해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 하지만 항생제를 만드는 데는 평균 개발 기간이 10년 걸리며, 개발비도 약 800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내성을 가진 세균이 금세 나타나 약물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만다.
항생제는 세포벽이나 세포막, 단백질이나 유전물질인 핵산 합성 등을 방해하는 네 가지 방법으로 세균을 죽이는 물질이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찾아 1943년 최초의 항생제로 사용되기 시작한 페니실린은 세포벽의 합성을 저해하는 물질이었다. 하지만 페니실린을 포함해 인간이 개발한 거의 모든 항생제에 대해 완전히 내성을 가진 세균들이 등장했다.
내성균이 공인되지 않은 항생제는 1950년 발견됐지만 독성 때문에 사용이 금지됐던 세포막합성저해제 ‘콜리스틴’뿐이다. 이후 위급한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콜리스틴도 2015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내성균이 보고된 뒤 점차 그 효과가 무뎌지고 있다. 해외 거대 제약사들도 항생제 개발에서 손을 떼는 추세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항생제는 16개뿐이다. 같은 기간 FDA 승인을 받은 약물(447개)의 약 3.5%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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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카 아르야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황색포도상구균을 대상으로 항독성물질 효과를 시험하고 있다.
하지만 항독성제도 단점은 있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이 극도로 약한 환자가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다. 김 소장은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빠르게 균을 없애는 게 관건”이라며 “세균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독성인자를 동시에 막을 수 있다면 면역력을 회복할 시간을 더 벌어 치료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기존 항생제 개발과 함께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슈퍼박테리아에 대항할 무기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tw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