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잘 드러내지 않던 문재인 대통령 최근 들어 보고 그냥 넘어가지 않고 “국민이 납득하겠나” 일일이 챙겨 민생-경제 성과 위해 기강 잡기… 일각 “야권 협치 적극 나서야”
5박8일 ‘지구 한바퀴’ 순방 시작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전용기에 오르기 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손짓을 써가며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성남=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랬던 문 대통령이 최근 달라졌다. 보고를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그렇게 설명하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 “적용하려는 법령이 그게 맞느냐” “현장의 목소리는 들어봤느냐”며 사안마다 집요하게 파고들어 지적한다.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보단 ‘앵그리 문(Angry Moon·화난 문 대통령)’을 접할 때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런 문 대통령의 변화에는 ‘시간’ ‘성과’ ‘안일’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고 참모들은 보고 있다. 무엇보다 어느덧 집권 3년 차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경제·민생 분야 등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약하다는 절박감이 전에 없는 질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한 비서관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경험을 통해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 5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그동안 참모들과 내각을 간접적으로 질타하거나 독려해왔다면 이제는 시간이 없는 만큼 더 강하게 나서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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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순방국가 명칭도 잘못 올린 외교부 외교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27일 영문 공식 트위터에 “체코슬로바키아(Czechoslovakia)와 아르헨티나(G20), 뉴질랜드를 방문한다”고 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첫 방문지인 체코에 대해 1993년 슬로바키아와 분리하기 전 명칭인 체코슬로바키아를 사용한 것. 체코는 분리 독립 후 현재까지 25년간 ‘체코 공화국(The Czech Republic)’이라는 국명을 쓰고 있다. 외교부는 해당 트윗이 논란이 되자 한 시간여 만에 삭제했다. 외교부 트위터 캡처
문 대통령이 20일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장관들을 향해 “현장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질타한 것도 숫자와 서류에만 매몰된 내각의 안일함에 대한 경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새벽 첫 버스를 타고 현장 행보에 나선 것도 이런 기류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질책하는 강도가 높아지면서 청와대 직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27일 출국한 문 대통령이 다음 달 4일 귀국하기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다음 수보회의는 5주 만인 다음 달 10일 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순방 기간에 남은 직원들은 다소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는 다음 수보회의 준비에 비서관실별로 정신이 없다”고 전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국정의 성과는 입법으로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야권과의 협치에 청와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급한 마음에 청와대와 내각만 다그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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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alwaysj@donga.com / 프라하=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