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빌드업의 시발점으로 맡겼던 인물들이 모두 빠졌다. 새로운 기점이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News1
“실수가 나오는데도 왜 계속해서 후방 빌드업을 시도했냐고 묻는다면 그게 우리 팀의 스타일, 우리가 지향하려는 스타일이라고 말하겠다. 앞으로도 이런 스타일을 유지할 것이냐 질문한다면 100% 이대로 갈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큰 틀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지난 9월12일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당시 기준)에 빛나는 남미의 강호 칠레와의 경기를 마친 후 파울루 벤투 감독의 발언이다. 앞서 9월 7일 코스타리카를 2-0으로 꺾었던 벤투호는 칠레와의 경기도 0-0 무승부로 마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확률 낮은 ‘뻥 축구’를 버리고 차근차근 준비한 축구를 풀어나가려던 노력인데, 그 밑바탕에 빌드업 과정이 있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7일 오후 5시50분(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에서 호주와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은 사흘 뒤인 20일 우즈베키스탄과 두 번째 A매치를 갖고 호주 원정을 마치게 된다.
적잖은 누수가 발생한 채 치르는 일정이다. 장현수는 대한축구협회의 징계로, 기성용은 체력안배 차원에서, 정우영과 이재성은 부상 또는 부상 여파로, 손흥민은 구단과의 계약 때문에 빠진다. 공격과 허리, 수비의 핵심 자원들이 대거 이탈한 채 A매치를 치러야하는 셈이다.
특히 지금껏 ‘후방 빌드업’의 단초 역할을 했던 장현수-기성용-정우영이 동시에 빠진 상황이라 벤투 감독이 누구에게 중책을 맡길 것인지 관심 대상이다.
최후방은 아무래도 장현수와 함께 벤투호의 중앙수비를 책임졌던 김영권에게 시선이 향한다. 이미 앞선 경기들에 출전하면서 벤투 감독의 의중을 잘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벤투 감독은 이번 호주 원정의 주장 완장을 김영권에게 맡기면서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왼발 킥은 짧은 거리와 긴 거리 모두 정확도가 높다.
여기에 베테랑들의 멀티 기능도 활용해 볼 수 있다. 베테랑 구자철은 공격적인 위치가 더 낯익기는 하지만 후방으로 내려와 볼을 받은 뒤 배급하는 플레이도 능하다. 울산의 레프트백 박주호도 지난 2015년 아시안컵에서 수비형MF로 기성용과 함께 호흡을 맞춰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벤투 감독은 “선수단 구성에 변화가 많은데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해온 플레이 스타일에 얼마나 적응하고 또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지 보고 싶다. 선수들이 달라져도 우리의 축구 철학과 스타일은 유지되어야 한다”는 말로 지금껏 고수해왔던 방향성을 다시 언급한 바 있다. 기성용이나 장현수나 정우영이 맡았던 임무가 분명 누군가에게는 주어진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