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수백명 목숨 구한 故문형순 서장 흉상 제막
제주4·3 생존자 강순주 할아버지(86·서귀포 성산읍)는 1일 제주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고(故) 문형순 경찰서장의 추모흉상 제막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18.11.0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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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생존자 고충언 할아버지(94·서귀포시 대정읍)가 1일 제주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고(故) 문형순 경찰서장의 추모흉상 제막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2018.11.01/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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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순 전 성산포 경찰서장(1897~1966).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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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의 혼란기, 당신의 용단으로 수백명의 사람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제주4·3 생존자 강순주 할아버지(86·서귀포 성산읍)는 1일 제주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고(故) 문형순 경찰서장의 추모흉상 제막식에서 문 전 서장을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이날 제주4·3 당시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군부의 명령을 ‘부당하다’는 이유로 과감히 거부해 수백명의 성산포와 모슬포 주민을 구한 문 전 서장의 추모흉상 제막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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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할아버지는 자신을 비롯한 죄없는 사람들을 훈방하면서 문 전 서장이 ‘너희들은 행운아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대신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한 말을 떠올렸다.
그는 “당신의 말씀을 따라 저는 바로 한국전쟁에 해병대로 참전했고 이후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을 해왔다”고 지난 삶을 회고했다.
지난 10월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73주년 경찰의날 문 전 서장을 대신해 ‘영웅증’을 받았다는 그는 “감히 제가 대신 받을 자격이 있나 생각했지만 저의 생명의 은인이기에 혈육이 하나도 없는 당신을 위해 대신 참석해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강 할아버지는 “문 서장님의 용단으로 저말고도 수백명의 사람들이 귀중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며 “세상을 떠난 많은 분들이 여기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고마움과 존경을 표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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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생존자인 고충언 할아버지(94?서귀포시 대정읍)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휠체어를 탄 채 단상에 올라 문 서장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고 할아버지는 “내 살아생전 내 몸이 아무리 불편해도 이번 제막행사만큼은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생각했다”며 감격을 표했다.
이어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과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 등도 추도사를 낭독하며 문 서장을 향한 경의를 표했다.
1897년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문 전 서장은 1949년 서귀포시 모슬포 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좌익 혐의를 처형 위기에 놓인 주민 100여명을 자수시켜 훈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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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서장은 1953년 9월15일 경찰 퇴직 후 제주시 무근성에서 경찰에게 쌀을 나눠주던 쌀 배급소에서 일을 했으며 대한극장(현대극장의 전신)에서 매표원으로 일하다가 1966년 6월20일 제주도립병원에서 향년 70세로 후손 없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은 지난 8월 문 전 서장을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했다.
(제주=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