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일자리 대책]효과 불투명한 ‘친기업 규제 완화’
유류세를 6개월 동안 15% 인하하는 것과 더불어 일감이 몰릴 때 근로시간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 있는 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마련된다.
현 정부가 노조에 치우쳐 있던 경제 정책의 궤도를 기업 친화적으로 수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고용 확대 방안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단기 일자리 위주인 데다 기업 지원책 대부분이 구체적인 실천 계획 없이 모호한 구호에 그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쪼그라든 기업의 투자심리를 되살려 ‘재난’에 비유될 정도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이 담겼다.
우선 대기업, 중소·중견기업의 투자를 막고 있던 각종 규제를 해결하는 대책이 눈에 띈다.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에 공장 용지를 새로 공급하는 방안이 대표적인 예다.
GS칼텍스와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여수산단에 생산설비를 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그동안 공장 증설용 용지나 하역부두가 부족해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정부는 이를 감안해 여수 항만배후단지를 매립해 기업이 저장시설과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을 위한 용지도 지원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최소 2조3000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2단계 기업투자 프로젝트도 연내 추진된다.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과 복합업무시설을 만들고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가 함께 입주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작업이 핵심이다.
○ “탄력근로제 6개월이나 1년으로 확대”
탄력근로제와 공유경제 확대 등 이해관계자와 유관 부처의 반대가 심했던 정책도 담겼다. 김 부총리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올해 안에 결론내릴 것”이라며 “단위기간을 6개월로 할지 1년으로 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력근로제 확대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기업의 기를 살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도시에서는 내국인이 공유숙박업체에 투숙하거나 개인이 우버 같은 카풀 서비스로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시장 창출 효과가 크다”며 연내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해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이 부족했고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정책 추진 계획은 빠졌다.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이번에도 ‘말잔치’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논란 많은 단기 일자리 5만9000개
이 같은 단기 일자리에는 연말까지 최소 19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지만 추가 재원 투입 없이 올해 남는 예산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자리 정책의 큰 틀을 고치지 않고 단기적인 임시방편만으로는 고용난을 해소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종=최혜령 herstory@donga.com·송충현 / 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