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헌드레드 100세 한국인 보고서]<下> 빈곤 시달리는 ‘장수세대’
○ 100세 이상 98.8%가 월 소득 ‘0원’
100세 넘게 장수하는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100세 인간)’ 시대가 오고 있지만 현재 100세 이상 노인은 심각한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건강보험료 산정을 위해 파악한 국내 100세 이상 노인 4753명의 재산 명세를 보니 이들의 평균 재산은 1712만 원에 불과했다. 그나마 토지가 1120만 원, 주택이 460만 원으로 당장 현금화하기 힘든 재산이 대부분이었다.
기초연금을 제외하고 예금 이자 등 별도의 수입이 있는 100세 이상 노인을 찾기는 더 어려웠다. 4753명 중 98.8%인 4698명의 월 소득이 0원이었다. 94.1%인 4474명은 기초연금으로 월평균 20만4623원을 받았다. 100세 노인 대다수가 생계를 국가와 후손에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100세 이상 노후를 준비한 이가 거의 없다는 의미다.
○ ‘홀로 사는 100세’ 20년 안에 9배로
현재 100세 이상 대다수는 자녀나 손자녀가 많다. 전남 해남군 큰아들 집에서 사는 김모 씨(100·여)는 매달 15만 원가량 병원비를 쓰지만 여섯 자녀가 나눠 부담해 자녀들의 부담이 크지 않다. 김 씨 역시 자기 수중에 돈이 없지만 생계에 큰 어려움이 없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100세가 될 즈음엔 얘기가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0세 이상 홀몸노인은 961명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2008년(87명)보다 11배 늘었다. 100세 이상 홀몸노인은 2038년 8391명, 2041년 1만373명, 2045년 1만2498명으로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 “95세까지 산다고 보고 노후 준비해야”
재무 전문가들은 노후 필요자산을 계산할 때 자신의 기대수명보다 10년 더 살 것으로 가정하라고 조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현재 65세인 한국 여성은 88세까지, 남성은 83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된다.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날 것을 감안하면 지금 40, 50대는 자신이 9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고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 국민연금에 들지 않은 자영업자나 전업주부가 있다면 하루빨리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보험료 대비 수령액의 비율인 수익비가 1.9 수준으로 개인연금보다 훨씬 높다. 30, 40대라면 자기 소득의 30% 정도를 연금으로 부으면 노후 걱정이 없다. 회사원이라면 소득의 9%가 국민연금으로, 8%가량이 퇴직연금으로 자동 납부되니 나머지 13%를 개인연금에 투자하면 된다.
연금에 전혀 가입하지 않은 50대라면 개인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세액공제 한도(각 연간 400만 원, 300만 원)까지 넣고, 부족하다 싶으면 여유자금을 IRP 이자세 혜택 한도(연간 1100만 원)까지 추가로 적립하거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알아볼 것을 권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