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술자’ 선호하는 벤투, 남태희에게도 기회는 왔다

입력 | 2018-10-04 14:45:00

축구대표팀 남태희가 7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코스타리카의 경기에서 두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 선수들과 포옹하고 있다. © News1


파울루 벤투 감독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여정, 10월에 펼쳐지는 2번의 A매치는 9월의 그것과 견줘 의미가 다른 일정이다.

지난달 펼쳐진 코스타리카전(2-0)과 칠레전(0-0)은 신임 사령탑 벤투 감독의 데뷔 무대였다. 한국 땅을 밟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경기였기에 선수와 팀의 수준과 잠재력을 파악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는 12일 우루과이전, 16일 파나마전부터는 상황이 다르다.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부터 자신의 의지를 투영시켰던 벤투 감독은 2기 멤버를 발표하던 지난 1일 “우리는 다가오는 1월에 중요한 대회(아시안컵)를 앞두고 있고, 나는 그것을 대비해야한다”면서 “대표팀은 함께 모여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토대, 베이스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로 10월 평가전의 방향성을 소개했다.

아시안컵 이전까지 실전 기회는 4번뿐이다. 10월 2연전과 오는 11월 호주 원정으로 펼쳐질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의 평가전이 그것이다. 12월에 합숙훈련이 예상되나 이때는 해외(유럽)에서 뛰는 이들을 배제한 채 국내파(아시아권) 중심으로 소집명단을 꾸릴 수밖에 없다. 적어도 아시안컵에 나설 선수들의 경쟁구도는 10월과 11월 사이에 마무리되어야한다.

다시 출발선이다. 아무래도 기존에 뿌리를 내렸던 선수들보다는 경쟁에서 다소 밀린 이들이 보다 의욕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인데, 그런 측면에서 누구보다 배에 힘이 들어갈 인물이 남태희다. 테크니션을 선호한다는 벤투 감독의 성향과 함께 ‘중동의 메시’라 불리는 남태희가 기존의 공격진 판도를 흔들 수 있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남태희는 지난달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PK 유도와 추가골로 2-0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10월 모로코와의 경기 이후 11개월 만에 A대표팀에 다시 발탁된 남태희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벤치의 뜻에 부합했다. 특히 후반 33분 환상적인 개인기와 날카로운 슈팅으로 추가득점을 뽑아내던 장면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공격수라면 응당 필요한, 과감하고도 창의적인 움직임이었다. 코스타리카전 MOM은 남태희였고 아시아축구연맹(AFC)는 ‘9월 A매치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5인’에 그를 포함시켰다.

남태희는 축구인과 축구팬들의 평가가 차이나는 대표적인 선수 중 하나다. 공을 다루는 ‘축구적 센스’는 타고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지만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동에서 뛰고 있는 까닭에 팬들에게는 각인이 덜 된 부분이 없지 않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러시아 월드컵 낙마와 함께 다시 팬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남태희지만 벤투호의 출항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잡았고 일단 스타트는 산뜻하게 끊었다. 하지만 아직 우위를 논하기는 무리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뒤처져 있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제 원점이 됐을 뿐이다.

남태희는 예상대로 2기 명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만약 남태희가 10월 2연전에도 특별한 인상을 남긴다면 향후 공격진 구성은 판세가 달라질 수도 있다. 남태희가 활약할 공격 2선은,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가용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재성, 구자철, 문선민, 이승우 등 당장 이번에 소집된 자원만 보아도 누구를 써야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손흥민과 황희찬도 넓은 범주에서는 2선 자원이다.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확실하게 주전으로 뿌리내렸다고 볼 인물이 솟구치진 않았다. 아직은 안개정국으로 보는 게 맞다.

많이 뛰고 이타적이고 희생적인 것을 원하는 지도자에게는 고민이 될 남태희지만 ‘공격수는 창의성과 과감함이 우선’이라는 지도자는 선호할 스타일이다. 일단 벤투 감독은 ‘기술이 최우선’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테크니션 남태희에게도 기회는 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