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수 첫 프로야구 입단 한선태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활약하다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유니폼을 입게 된 한선태의 일본 독립리그 활약 모습. 동아일보DB
“이제 옛날처럼 사회인야구 못 뛰는 거지요?(웃음)”
KBO 신인 드래프트(2차) 10라운드 5순위(전체 95순위)로 LG에 지명된 한선태(24)는 살짝 아쉬움을 표했지만 목소리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그는 10일 KBO리그 사상 최초로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한국 사회인리그에서 활약하다 ‘프로’ 타이틀을 달게 된 한선태는 최소 40세까지 사회인리그서 뛸 수 없게 됐다. 동호인 위주인 리그 특성상 ‘선수 출신은 마흔까지 마운드에 못 선다’ 등 제약이 많기 때문. 그는 “사회인리그 마운드에 다시 설 그날까지 오랫동안 프로무대에서 살아남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야구선수 한선태의 성장 스토리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부천공고 재학 시절까지 연식 공으로 하는 ‘동네 야구 무대’에서 공 잘 던지는 학생이던 그는 스무 살이 넘어 진짜 야구공을 잡고 야구를 시작했다. 언더핸드로 시속 120km 전후 공을 던지는 그는 ‘야구 좋아하는 형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프로’를 꿈꾼 건 지난해부터다. 수비 연습을 할 겸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받던 중 팔 각도를 올려 1루에 송구했는데 주변에 따르면 마운드에서보다 공이 빨랐다. 팀 코치의 권유로 마운드에서 팔 각도를 올려(스리쿼터) 투구했는데 구속이 130km대로 올랐다. 한선태는 “4월 4일이다. 고교 선수들도 대부분 130km대이지 않나. 자신감도 적잖이 생겨 ‘프로 진출’을 진짜 목표로 삼아봤다”고 말했다.
10라운드 신인이 1군 무대에 오르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더군다나 한선태가 몸담을 LG는 오랫동안 선수 육성을 못 했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기를 꺾을 수도 있는 말에도 한선태의 목소리엔 여유가 넘쳤다.
“일반인인 제가 프로가 됐다는 거 자체가 ‘불가능’이었어요. 일본서 처음 응원해주는 팬들을 보고 ‘나 혼자가 아니다’라는 걸 느꼈어요. 그런 팬분들 실망 안 시키게 또 한번 불가능을 넘어서 보겠습니다(웃음).”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