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쇼크]7월 고용지표 ‘금융위기 이후 최악’
최저임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허리’라고 할 수 있는 40대 일자리가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줄어들어 일자리 위기가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높아지고 있다.
○ 최저임금 직격탄 자영업 일자리 급감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신 씨처럼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직접적으로 받는 자영업 분야의 고용 대란이 두드러진다. 자영업 비중이 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각각 3만8000명, 4만2000명 줄었다. 도소매업은 8개월째, 숙박음식점업은 14개월째 감소세다.
고용원 없이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수는 7월 10만2000명이 줄어들며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영세 자영업자 가운데 경기 악화로 폐업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 40대 일자리 감소 외환위기 이후 최대
연령별로 보면 지난달 만 40∼49세 취업자 수는 66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7000명 줄었다. 전체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에 그친 것도 40대 취업자 급감의 영향이 컸다.
40대 일자리가 이처럼 크게 줄어든 것은 제조업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잃은 사람들과 자영업에서도 밀려난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 고용이 감소한 것은 임시직과 도소매업 일자리가 준 영향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40대는 가정에서 어린 자녀를 본격적으로 양육해야 하는 연령대라는 점에서 이들의 일자리 위기는 가정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일자리 창출 엔진 꺼진 한국 경제
고용대란은 자영업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통계청이 분류한 17개 업종 중 절반이 넘는 9개 업종에서 모두 전년 대비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 정보통신업, 금융 및 보험업 등에서는 취업자 수가 늘었지만 교육서비스업, 제조업 등에서 취업자 수가 줄었다.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취업자도 10만1000명 줄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4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문제는 투자, 소비 등 다른 경제지표도 최악을 치닫고 있어 고용 사정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성장하는 데 그쳤고, 민간소비는 0.3% 증가에 머물렀다.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설비투자는 1분기(1∼3월) 3.4%에서 2분기 ―6.6%로 급락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가려져 있던 우리 경제의 현실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8월 고용동향에서는 아예 취업자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법인세율 및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무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만 집중적으로 나왔다”며 “법인세 인하, 규제개혁 등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새샘 iamsam@donga.com / 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