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진 여고생 수사 결과 발표 약초채취 알바 제안 산으로 유인… 수면제 탄 음료 먹인후 범행 추정 머리 깎아 신원 확인 어렵게한 듯… 부패 심해 정확한 사인 확인 못해
전남 강진 여고생 살해 용의자인 김모 씨(51·사망)는 친구 딸인 A 양(16)을 살해하기 전 수면제를 구입하고 전자이발기(일명 바리캉)를 챙기는 등 계획적인 살인을 준비한 정황이 경찰 수사 결과 추가로 드러났다.
전남 강진경찰서는 6일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김 씨를 살인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이 김 씨를 살인 피의자로 전환한 결정적 증거는 수면제와 전자이발기다. 김 씨는 지난달 14일 오후 1시경 전남 강진군 강진읍내 한 병원에서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거짓말을 해 수면제 28정을 처방받아 구입했다. A 양의 시신에서는 복용정량이 하루에 1정(10mg)인 해당 수면제 성분이 발견됐다.
수면제 구입 4시간 뒤인 14일 오후 5시경에는 김 씨가 강진군 자택에서 승용차 트렁크에 배낭, 낫을 챙겨 넣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김 씨가 A 양 시신이 발견된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에서 2시간 정도 머문 것을 고려하면 전자이발기도 이때 함께 챙긴 것으로 보인다. 전자이발기에서는 A 양의 땀, 표피 등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김 씨는 계획적 범행과 철저한 은폐로 A 양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완전 범죄를 꿈꿨지만 범행 당일 A 양 엄마가 ‘딸은 어디 있냐’고 따지자 도주해 자살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찰은 A 양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과 성폭행 흔적을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 씨가 숨진 만큼 조만간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