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비핵화 합의]공동성명의 한계 꼬집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12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지켜본 한반도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북-미 정상의 사상 첫 만남’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경우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공동성명에 대해선 “기대에 못 미친 빈약한 내용”이란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과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직접 관여했던 전문가들은 ‘알맹이 없는 합의’라고 꼬집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는 MSNBC 방송에 나와 “서류가 서둘러서 입안된 것처럼 보인다”며 “‘검증됐다(verified)’는 단어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이날 CNN에 출연해 “(공동성명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워싱턴 조야의 다른 한반도 전문가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CNN에 출연한 애덤 마운트 미국 과학자연맹(FSA) 선임연구원은 “과거 북한이 했던 약속에 비해 매우 빈약하다. 솔직히 이것보단 더 강한 내용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마이클 맥폴 전 주러시아 미국대사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많은 것을 포기했다”고 혹평했다.
광고 로드중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미국보다 더 큰 실익을 얻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북한은) 체제 보장을 받았고 ‘완전한 비핵화’는 말했지만 CVID까지는 넣지 않았다”며 “(미국이) 구체적인 데까지 가지 않은 채 먼저 체제 보장을 제공해버린 듯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래리 다이아몬드 스탠퍼드대 교수는 “북한 독재자를 인정하는 대가로 우리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걸 우리는 깨닫기 시작했다”며 “만약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런 합의를 내놨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반면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다. 제임스 캐러파노 헤리티지재단 부소장은 트위터에 “공동성명에 한발 더 진전된 내용은 없었지만 적어도 후퇴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 우리는 활발한 외교 과정을 갖게 됐으며 ‘최대의 압박’ 전략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후속 조치의 이행을 촉구했다.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용한 조치의 최소 기준은 충족한다”며 “(회담) 결과는 미국과 북한이 두 정상이 수립한 기본틀에 기반해 구체적인 대화에 신속하게 나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판문점 등에서 북한과 실무회담에 나섰던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는 두 정상의 성명 서명 이후 기자들에게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며 후속 논의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