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 경험한 김진성 씨
4월 생일을 맞은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진성 씨. 김진성 씨 제공
김 씨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건 그의 딸과 아들이 각각 5세, 3세이던 2015년 겨울이었다. 둘째를 낳고 회사원이던 아내는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휴직이 끝나자 양가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께 계속 육아를 도맡아 달라고 부탁하기 힘들었다.
김 씨는 A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1호 남성 직원이 됐다. 상사와 동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더 냉담했다. 대부분 ‘이직할 거냐’ ‘회사 그만두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남자 직원이 육아휴직을 낸다는 걸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상사와 동료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려면 제도 개선 못지않게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그래도 소득 감소와 경력 공백 때문에 위축되기 쉬운데, 주변에서 독려해주지 않으면 누구도 쉽게 휴직을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상사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사장이나 관리자가 육아휴직을 결심한 직원에게 ‘우리가 업무 조정을 잘할 테니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한마디만 해준다면 그 직원은 큰 힘을 얻을 거예요.”
복직 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김 씨는 “복직 후 육아휴직 전과 동일한 업무를 하거나 차별을 받지 않는다면 상당히 많은 아빠들이 3∼6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육아휴직 기간 가구의 소득 감소가 불가피한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휴직 전 아내와 미리 상의해 지출 계획을 어느 정도 짜놓는 등 준비를 하면 훨씬 마음 편하게 휴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