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천 전 보건복지부 의료보험국장
세계보건기구(WHO)는 1987년 사람들의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연령층의 정상 혈압기준치를 ‘수축기 160, 이완기 95’로 정했다. WHO는 1999년 다시 기준치를 ‘수축기 140, 이완기 90’으로 낮췄다. 이전에는 수축기는 자신의 나이에 90이나 100을 더해 나온 수치를 정상 혈압으로 봤다. WHO의 결정에 대해 58개국 1000명 정도의 전문가가 반대 성명을 WHO에 제출했으나 정상 혈압 기준은 바뀌지 않았다. WHO의 혈압 기준 작성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위원 18명 중 17명이 제약회사로부터 고문료나 연구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WHO가 정상 혈압 기준을 바꾼 뒤 미국에서만 혈압을 낮추는 약인 강압제가 5배 더 팔렸다. 일본도 2000년 WHO가 정한 정상 혈압 기준을 채택하면서 강압제 매출액이 연간 2000억 엔에서 1조 엔 이상으로 급증했다. 일본건강보험의 정상 혈압 기준은 수축기 129 이하, 이완기 84 이하다. ‘수축기 130∼159, 이완기 85∼99’이면 요주의 판정을 받고 ‘수축기 160 이상, 이완기 100 이상’이면 ‘이상 혈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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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혈압 기준은 지나치게 낮다. 만약 정상 혈압 기준을 WHO의 기준으로 설정한다면 고혈압 환자로 분류돼 투약하는 환자가 반 이상 줄어들 수도 있다. 과잉진단, 과잉투약은 인위적인 상해 행위가 될 수 있다. 국민건강은 물론이고 가계와 건강보험의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상 혈압의 기준 조정을 검토할 때다.
김일천 전 보건복지부 의료보험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