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시계업계의 ‘전설’ 조지 컨 브라이틀링 신임대표
지난달 시계·주얼리 박람회인 ‘바젤월드 2018’ 현장에서 만난 조지 컨 브라이틀링 신임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도 시계를 산다는 건 상품이 아닌 감성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수십 년 전 할아버지가 쓰던 시계를 손자가 써도 더 가치가 깊어진다는 뜻이리라.
리치몬트그룹에서 잘나가던 그는 지난해 7월 브라이틀링으로 이직했다. 업계에서는 조지 컨이라는 걸출한 새 수장을 맞이한 브라이틀링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만들어낼지 주목했다. 취임 8개월 만에 만난 시계업계의 ‘전설’은 이미 많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조지 컨 브라이틀링 대표의 데뷔작인 신제품 ‘내비타이머8’. 브라이틀링 제공
컨 대표는 자동차와 시계를 비교하며 “자동차와 달리 시계는 감성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날로그시계는 자동차와 달리 유용성보다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계에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브랜드의 이미지와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차는 기름 냄새도 없고 엔진 소리도 나지 않는다. 감성적 측면에서 보면 자동차는 고유의 감성을 잃어버린 채 바퀴 4개 달린 아이패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시계는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명품의 감성을 파는 일은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확신과 탁월한 직관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컨 대표는 “명품에 감성을 불어넣는 일이 만일 과학적인 수치나 책자에 쓰인 내용으로 가능하다면 모두가 성공하지 않겠냐”면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직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커피, 초콜릿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명품 업계에서 천재 디자이너로 불리는 카를 라거펠트, 톰 포드, 아제딘 알라이아 등도 자신의 직관을 믿고 직접 디자인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파일럿 시계라는 이미지가 강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여성 라인을 늘려가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컨 대표는 “여성 빈티지 스포츠시계 등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여성 제품이 적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남녀 공용 제품과 함께 여성 라인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작고 소녀 같은 시계를 제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컨 대표는 브라이틀링이 미국, 유럽 등에 치중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올해 1월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데 이어 25일에는 서울에서 직접 신제품 홍보에 나선다.
컨 대표는 “전 세계 시장의 15% 정도를 중국이 차지한다. 기존 브라이틀링 제품들이 크기 등에 있어 동양인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성숙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시계를 좋아하고 시계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컨 대표는 “한국의 럭셔리 시계 유통 환경은 매우 뛰어나다”면서 “방한 일정 동안 한국시장 진출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바젤=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