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 초과 아파트 특별공급 제외… “애 더 낳으라더니 정책소외” 불만 “기관추천 기준도 손봐야” 지적… 대상 많고 선발과정에 ‘잡음’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9억 원 초과 아파트 특별공급을 다자녀가정 등에는 허용해 달라는 글이 10여 건 올라왔다. 국토교통부는 앞서 10일 투기과열지구 내 9억 원 초과 아파트는 특별공급에서 제외한다고 했다.
청원이 올라오는 이유는 서울의 집값 현실 때문이다. 서울 강북에서도 중형 이상 아파트는 분양가가 9억 원 이상인 경우가 많은데, 가격 기준으로 특별공급에서 제외해버리면 식구가 많아 큰 집을 분양받아야 하는 다자녀·노부모 부양 가정은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세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 씨(40)는 “다자녀 가정은 사회 취약계층이 아니라 정책적 배려 대상”이라며 “애를 더 낳으라더니 주택 정책에선 소외시키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별공급 문제가 불거진 건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된 아파트에서 만 19세가 특별공급을 통해 연달아 당첨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경기 과천시 ‘과천 위버필드’ 특별공급에 당첨된 만 19세는 체육 관련 협회의 추천을 받은 선수였다. ‘강북 로또’로 불린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의 특별공급에도 운동선수 3명이 당첨됐다.
기관추천 특별공급 대상에는 외국 거주 박사학위 소지자 등 정부가 유치한 해외 인력이나 주택청약저축 1순위 자격이 있는 국외 1년 이상 취업자도 해당된다. 이 때문에 대상이 지나치게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많다.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주체가 협의해 대상 기관을 정하면 해당 기관이 대상자 목록을 보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민원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부가 이번에 기관의 선정 과정을 점검하고 선정 기준을 공개한다는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참에 특별공급 제도 자체를 전반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애진 jaj@donga.com·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