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숀 화이트, 8년만에 스노보드 왕좌 탈환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쓰디쓴 눈물을 머금고 파이프를 떠나야 했던 숀 화이트(32·미국)에게 실수는 한 번이면 족했다. 4년 뒤 평창, 상황은 소치와 똑같았다. 이미 자신보다 더 높은 점수를 얻어낸 경쟁자들을 꺾으려면 더 대단한 점프를 성공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화이트는 결국 자신의 인생 최고 점프를 평창 올림픽 무대에서 당당히 성공시켰다.
화이트는 “마치 데자뷔 같았다”고 했다.
2018년의 밸런타인데이인 14일, 화이트는 스스로에게 초콜릿보다 더 달콤한 선물을 줬다. 2006 토리노, 2010 밴쿠버 올림픽 하프파이프 금메달리스트는 소치 ‘노메달’ 이후 8년 만에 기어코 금메달을 더하는 데 성공했다. 스노보드에서 올림픽 금메달 3개를 손에 쥔 건 오직 화이트 한 명뿐이다. 이날 메달로 그는 미국의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이 되는 행운도 얻었다. 소치 때 이미 금메달을 땄다면 100번째 금메달의 행운은 전날 우승한 클로이 김(18)이 될 뻔했다.
밴쿠버에서 2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 때만 해도 파이프에서는 그의 적수가 없었다. 당시 화이트는 이미 우승이 확정된 상황에서 자신이 개발한 ‘더블맥트위스트1260’(몸을 비틀며 3.5회전)까지 선보이는 여유를 부리며 여유롭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소치에서는 ‘YOLO플립’(캡더블콕1440·진행 반대 방향으로 회전축 2번 바꿔 4회전)을 들고 나온 유리 포드라드치코프(30·스위스)에게 제왕의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더블맥트위스트1260’은 이미 낡은 무기가 돼 버렸다.
숀 화이트가 지난해 11월 뉴질랜드 훈련 도중 ‘백투백1440’(2연속 4회전 점프)을 시도하다 추락해 62바늘을 꿰맨 뒤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하지만 화이트는 14일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이 ‘필살기’를 성공시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숀 화이트 인스타그램
쉽게 금메달 2개를 얻은 뒤 소치에서 화이트는 의욕이 바닥인 상태였다. 열정을 되찾기 위해 새로 팀을 꾸렸다. 자신이 선수 생활을 막 시작할 때 처음 봤던 J J 토머스를 코치로 영입했다. 토머스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선발전에서 열여섯 소년이었던 자신을 밀어내고 올림픽에 나가 동메달을 따왔던 사람이었다.
이날 결선에서 일본의 신성 히라노 아유무(20·일본)는 2차 시기에 이미 백투백1440(2연속 4회전)을 성공시키고 1차 결선 화이트의 기록을 2위로 밀어냈다. 올림픽 사상 첫 2연속 4회전 성공이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화이트는 첫 점프부터 프런트사이드더블콕1440을 시도했고 곧바로 캡더블콕1440 점프를 연결했다. 자신의 생애 첫 2연속 4회전 성공이었다.
금메달을 확정한 화이트는 눈밭 위에서 오열했다. 그가 올림픽 무대에서 눈물을 보인 건 첫 금메달을 땄던 2006년 토리노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다시 이 순간을 느끼기 위해 지난 4년을 어떻게 달려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쏟아진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