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기업들 성장 발자취 동아일보 1호… 3만호 지면에 담겨 도전과 기적의 역사 생생히 증언
게티이미지뱅크
광고 로드중
동아일보 지령 1호인 1920년 4월 1일자 창간호 2면에는 ‘축 창간’이란 제목으로 광고가 실렸다. 당시 상회 상점 등이 창간 축하 광고를 낸 것인데 그중 하나가 ‘박승직상점’이다. 박승직상점은 두산그룹의 효시가 된 회사다. 현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박승직 창업자의 증손자다. 1896년 박승직상점이 설립된 이후 122년에 걸쳐 성장해온 두산그룹은 국내 최고(最古) 기업 타이틀을 갖고 있다. 1940년 4월 5일자 동아일보에는 박승직 창업자의 인터뷰가 실리기도 했다. 당시 77세였던 박승직 창업자는 “스무 살에 장사를 하겠다고 집에서 나와 경상도 전라도 평안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최고(最古) 기업인 두산그룹뿐만이 아니다. 동아일보는 창간 이후 3만 호 발간에 이르기까지 지면을 통해 한국 주요 기업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기업들이 성장해온 역사는 곧 한국 경제가 기적을 이뤄온 역사이기도 하다.
1983년 12월 삼성반도체(현 삼성전자)는 한국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였다. 자본, 기술, 인력, 시장 등 그 어느 것 하나 갖추지 못한 반도체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자 세계가 깜짝 놀랐다. 그해 2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본격적인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세계 시장의 시선은 냉랭했었다. 삼성이 64K D램을 내놓고 35년이 흐른 지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고 한국은 세계 1위 국가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53조6000억 원(잠정 실적)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 중 35조 원가량이 반도체 분야에서 나왔다.
광고 로드중
이 회장이 회장에 오른 지 10년째였던 1997년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국가가 큰 충격이 빠졌던 시절이었다. 그해 12월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비관해 자신감마저 잃게 되는 정신적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이제는 경제를 관치논리 정치논리 여론논리의 족쇄로부터 해방해 기업들이 경제논리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고 강조하면서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호소한 것이다.
이 회장은 1997년 4월부터 9월까지 총 50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에세이 마지막 회에서 “사람을 소홀히 하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경영자로서 사람을 소홀히 해서 얻은 돈은 무의미하며 부끄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1967년 세워진 현대자동차는 6년 후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외국 자동차회사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게 현대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 방식이었다. 자동차 독자 개발 선언에 성공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회사를 이끌던 정주영 회장은 “자동차를 자체적으로 생산 수출하지 못하면 언제까지고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확립할 수 없다”며 강행했다. 3년이 흐른 1976년 2월 국내 첫 자체 개발 자동차인 포니가 탄생했다.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자동차를 생산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다. 현대차는 포니 생산 첫해부터 수출에 나섰다. 그해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 1019대를 팔았다. 1977년 7421대, 1978년 1만8317대, 1979년 1만9355대로 수출량은 매년 늘었다. 지난해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판 자동차는 약 382만 대다.
광고 로드중
LG그룹에서는 1995년 2월 회장직 승계를 하루 앞두고 구본무 당시 부회장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구 회장은 인터뷰에서 “앞으로 신규 사업을 시작하면 반드시 1등으로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1등은 양(量)이 아니라 경쟁사보다 우수한 핵심 기술을 보유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1990년대 동아일보를 통해 글로벌 일류 기업 청사진을 밝혔던 주요 기업 회장들은 지금은 고인이 됐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강조한 ‘세계 시장을 향한 과감한 도전’, ‘인재 중시’, ‘품질 경영’ 등의 철학은 지금도 기업들에 경영 이념으로 남아 미래를 밝히고 있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서동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