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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사랑과 꿈이 있는 한, 희망은 언제나 있다

입력 | 2018-01-08 03:00:00


《 이 이야기는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지어냈으므로 완전히 진실이다.―‘에펠탑만큼 커다란 구름을 삼킨 소녀’(로맹 퓌에르톨라·2016년) 》
 
책을 읽다 보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궁금증이 부풀어 오른다. 책에서 여성 집배원 프로비당스는 꽃무늬 비키니를 입고 화산재 날리는 하늘을 날아다닌다. 작가는 이런 현실성 없는 장면들을 ‘진짜 이야기’인 것처럼 꾸며낸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중요한 것은 ‘진짜냐 가짜냐’가 아닌 ‘사랑과 희망’이라는 작가의 숨은 의도가 드러난다.

책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 방식으로 진행된다. 미용실에 들른 항공 관제사 레오 마샹은 미용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며 프로비당스 이야기를 시작한다. 프로비당스는 어느 날 모로코 여행에서 맹장염이 걸려 병원에 실려 간다. 그곳에서 ‘점액 과다증’으로 입원한 자헤라라는 소녀를 만난다. 이는 몸 안이 온통 점액질로 차올라 숨을 못 쉬는 병이다.

프로비당스는 이 소녀를 입양하기로 결심한다. 고국에서 입양 절차를 밟고 다시 자헤라를 만나러 갈 때 험난한 여정이 펼쳐진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로 한 날 화산 폭발로 비행기 운항이 중단된 것이다. 그는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가 세네갈 주술사, 티베트 승려 등을 만나 하늘을 날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맨몸으로 하늘을 날아 딸을 만나러 간다.

해피엔딩으로 다다를 무렵 커다란 반전이 펼쳐진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반전을 밝히지는 않는다. 작가 퓌에르톨라는 이때부터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낸다. “사람들은 항상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원하며, 사랑과 꿈이 있으면 우리에겐 언제나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야산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고준희 양의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 수사 결과 친부와 동거녀가 학대와 방치를 한 흔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뉴스를 보면서 프로비당스의 모성애가 떠올랐다. 소설과 현실이 뒤바뀐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달콤하고 현실은 씁쓸하다. 더 이상 이런 야만적인 사건이 터지지 않기를 희망한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