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IT 발달로 ‘복합문화공간’ 변화
경기 고양시 스타필드 고양에 위치한 수납용품 전문매장 ‘라이프컨테이너’ 매장. 이마트 제공
10여 년 동안 수납용품 바이어로 일해 온 손장호 이마트 스토리지 담당 부장은 “10년 전 이마트에서 파는 수납용품은 300가지였다. 라이프컨테이너에는 현재 3800가지 수납용품이 있고, 내년 5000가지까지 늘릴 계획이다. 물건을 정리해둘 때도 ‘예쁘게’ 꾸미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집이 소비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집에서 쇼핑을 하고 요리를 하고 최신 영화도 본다. 집은 운동도 하고 놀이도 하는 공간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덩달아 관련 시장이 급성장 중이다. 13조 원 규모 홈퍼니싱 시장은 2023년 18조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술(IT)로 집 안팎을 연결해 주는 스마트홈 시장은 약 12조 원 규모로 커졌다.
광고 로드중
재택 시간은 실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청이 1999∼2014년 한국인의 생활시간 현황을 조사한 결과가 있다. 2014년의 일평균 재택 시간은 14시간 59분으로 15년 전보다 24분 늘었다. 주 5일 근무제 영향으로 토요일 재택 시간이 15년 전보다 1시간 13분 길어졌다.
왜 집일까. 전문가들은 IT 발달이 집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이수진 이노션 월드와이드 디지털커맨드센터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집 밖에서만 가능했던 활동이 집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우선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됐다. TV로 유튜브, 넷플릭스를 볼 수 있으니 영화관에 갈 필요성이 줄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운동 영상을 보고 집에서 그대로 따라 운동을 한다. 직장인 김진경 씨(24·여)는 친구들과 놀 때에도 집에서 만난다. 에어비앤비에서 집을 골라 친구들과 함께 요리하고 사진을 찍고 수다를 떤다. 김 씨는 “화장하지 않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노션이 2016년 한 해 소셜데이터 4억2800만 건 중 집과 관련된 13만4331건을 분석하니 집은 다양한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진화해 있었다. 집 관련 키워드에서 건강(운동, 정원, 텃밭), 엔터테인먼트(영화, 파티), 생산(인테리어, 요리, 셀프 뷰티) 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방 1열’(안방이 곧 극장이란 뜻), ‘홈트(홈 트레이닝)’ 같은 새로운 집의 기능과 관련한 신조어도 생겼다.
광고 로드중
이마트의 손 부장은 “일본 ‘라이크잇’, 네덜란드 ‘쿠르버르’ 등 선진국에선 인테리어를 겸한 수납 브랜드가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하이브로우’ 등 생활용품을 겸한 수납 브랜드 론칭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수납 전문점 라이프컨테이너 매장이 순항하면서 점포 수를 늘려갈 계획이다.
욕실 자재 및 인테리어 기업 대림바스는 2012년 1015억 원에서 지난해 2091억 원으로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기업 간 거래(B2B) 위주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림바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직접 고르기 쉬운 리모델링 패키지 신제품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올해 8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스마트홈을 기반으로 한 주방가전 갤러리를 개장하는 등 가전 및 IT 업체들은 스마트홈 시장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노션 이 센터장은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달이 가속화될수록 집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플랫폼 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