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우리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전제조건 없이 북한과 기꺼이 첫 만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만나자. 원하면 날씨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북한은 다른 선택을 기꺼이 하겠다는 관점을 갖고 대화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북한에 직접적이고 공개적인 초대장을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비핵화 의지 표명’ ‘핵개발 동결’ 같은 전제조건이 없는 접촉에 나서겠다는 의지라는 점에서 파격적인 제안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미국은 최소한 북한이 핵 포기 용의를 밝히고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는 휴지기 60일을 거쳐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틸러슨 장관은 그런 전제조건 없이 탐색 차원의 접촉을 통해 대화의 물꼬부터 트자고 나섰다. 그런 첫 만남으로 시작해 북-미가 함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가는 본격 대화로 이어가자는 기대다. 대화의 문턱을 낮추진 않았지만 그 문턱에 이르는 길을 완만하게 만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부적으로 정했다는 ‘내년 3월 데드라인’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사정거리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갖추기 전에 뭐든 시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작용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이 외교적 노력이 실패하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바로 지금이 무력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화를 통한 해결 아니면 군사적 옵션밖에 없다는 명분 축적용이기도 하다.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바뀌지 않았다”며 모호한 태도인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