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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신재현]눈뜨고 빼앗기는 데이터 주권… ‘미디어 빅데이터 허브’ 설립해야

입력 | 2017-11-30 03:00:00


신재현 서아시아 경제포럼 회장

세계는 지금 데이터를 가공해 신상품·신산업을 만드는 ‘글로벌 빅데이터 전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노력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데이터 주권과 국민 정보 해외 유출 등의 문제점에도 무방비 상태다.

구글은 국내 시장에 진출해 조세 회피와 통신망 사용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거부하는 등 고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 데이터(시청률 조사) 분야는 상황이 더 취약하다. 1개국 1개사 자국 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른 주요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미국 다국적기업과 한국 기업의 두 개 시장이 경쟁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세계 1위(50.6%)일 정도로 가장 많은 빅데이터 생성 국가임에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29%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5%로 꼴찌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각종 규제로 개인정보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데이터 주권의 보호에 대해선 무지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우리 영토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생산한 데이터라고 해도 수집 주체가 외국 기업이면 그 데이터의 소유권은 외국으로 넘어간다. 국내 기업과 언론, 국민의 활동 데이터를 외국 기업이 장악하면 관련 산업과 기술까지 그들이 장악하게 된다. 따라서 데이터가 지닌 가치에 하루빨리 눈떠야 한다. 구글, MS,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데이터 지배자가 100년을 이끈다’는 판단 아래 연간 36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데이터 산업의 중요성을 의식한 미국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자국 기업의 세계 시장 주도권 강화를 위해 ‘인터넷 공간은 개별 국가 주권이 미치지 않는 가치중립적 공간’이라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이에 유럽 국가는 데이터 보호 규제 강화, 반독점 세금·벌과금 부과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애플에 세금 130억 유로(약 16조 원)를 추징했고, 올해 6월에는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24억2000만 유로(약 3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일본은 특정 기업의 이용자 데이터 독점을 금지하는 법안과 데이터 분야 경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은 모든 컴퓨터에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설치를 의무화해 구글과 페이스북의 접속을 막아 왔고, 이를 통해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방송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 카카오 등 빅데이터 사업 추진이 가능한 국내 기업들이 연합해 ‘미디어 빅데이터 허브’ 설립을 도모해야 한다. 작은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연합해 데이터 주권과 국민 정보를 보호하고 인공지능(AI), 드론, 무인자동차 등 연계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을 해야 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의 로드맵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신재현 서아시아 경제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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