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현 서아시아 경제포럼 회장
구글은 국내 시장에 진출해 조세 회피와 통신망 사용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거부하는 등 고압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미디어 데이터(시청률 조사) 분야는 상황이 더 취약하다. 1개국 1개사 자국 기업 중심으로 움직이는 다른 주요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미국 다국적기업과 한국 기업의 두 개 시장이 경쟁하는 구조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어떤 위기의식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신용카드 사용이 세계 1위(50.6%)일 정도로 가장 많은 빅데이터 생성 국가임에도 이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29%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5%로 꼴찌 수준이다. 이는 한국이 각종 규제로 개인정보 활용을 엄격히 제한하면서 데이터 주권의 보호에 대해선 무지한 상황과 관련이 깊다.
광고 로드중
이에 유럽 국가는 데이터 보호 규제 강화, 반독점 세금·벌과금 부과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애플에 세금 130억 유로(약 16조 원)를 추징했고, 올해 6월에는 구글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24억2000만 유로(약 3조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일본은 특정 기업의 이용자 데이터 독점을 금지하는 법안과 데이터 분야 경쟁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중국은 모든 컴퓨터에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설치를 의무화해 구글과 페이스북의 접속을 막아 왔고, 이를 통해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모바일, 방송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 카카오 등 빅데이터 사업 추진이 가능한 국내 기업들이 연합해 ‘미디어 빅데이터 허브’ 설립을 도모해야 한다. 작은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연합해 데이터 주권과 국민 정보를 보호하고 인공지능(AI), 드론, 무인자동차 등 연계 분야에서 새로운 고용 창출을 해야 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새로운 도약의 로드맵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신재현 서아시아 경제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