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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과 ‘非패권 연대’ 구상… G2 넘어 외교지평 넓힌다

입력 | 2017-11-10 03:00:00

[문재인 대통령 동남아 순방]文대통령 ‘新남방정책’ 강조




韓-印尼정상, 번갈아 우산 받쳐주며 기념식수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우산을 받쳐주는 가운데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심은 가하루 나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04년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하고 보존 노력을 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나무다. 자카르타=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관계를 4대국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신남방정책에 대해 잘 다뤄 달라.”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 뒤 취재진이 모인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수행 기자단이 모인 프레스센터를 찾은 것은 처음이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확대해 이른바 주요 2개국(G2·미국 중국) 중심의 외교를 탈피하는 균형외교를 본격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 ‘아세안 독트린’으로 균형외교 시동

문 대통령은 비즈니스포럼 기조연설에서 “아세안과의 협력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신남방정책의 목표도 구체화했다. 지난해 1188억 달러 수준이던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2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것. 3년 내에 아세안과의 경제 관계를 현재의 중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문 대통령은 ‘비(非)패권’을 한국과 아세안의 공통점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강대국은 패권주의적 성향을 갖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한국은 강대국이 아니다.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아세안 국가에 아주 편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동병상련’을 강조하며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이 ‘비패권 연대’를 구축하자고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신남방정책을 문 대통령의 외교 구상인 ‘균형외교’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에 순방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V.I.P.’라고 강조한 청와대는 내년까지 인도와 나머지 아세안 주요국을 방문해 나라별 맞춤형 정책을 내놓으며 문 대통령의 ‘아세안 독트린’을 완성할 계획이다.

○ 닮은꼴 文-조코위, 방산-자동차 협력 강화

문 대통령은 오후에는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이날 19억 달러의 교통·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14건의 MOU를 체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수출국 비전에 한국이 최적 파트너”라며 자동차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조코위 대통령은 공통점이 많다.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가난한 삶을 살았고 늦게 정치를 시작했다”며 친근함을 과시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함께 시장을 방문하는 것도 좋겠다”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직접 카트를 운전해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쇼핑몰로 안내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전통의상인 ‘바틱’을 선물하고 함께 냉차를 마시기도 했다.

자카르타=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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